[배준호의 세계는 왜?] 김정은 능가하는 독재자 된 마두로…베네수엘라에 최대 압력을

입력 2018-06-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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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조기 대선에서 현재의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무려 68%의 득표율로 6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급의 독재자라는 악평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마두로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수준의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대선에 대해 중남미 국가와 캐나다로 구성된 리마그룹은 “부정선거”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은 마두로 정부에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명의로 마두로 대통령에게 재선 당선 축전을 보냈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한때 같은 처지였던 북한과 베네수엘라의 위치는 하늘과 땅처럼 벌어지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비핵화와 북한 제재 해제 등 새로운 역사를 써가려 하고 있다. 반면 마두로는 과거 북한 정권처럼 국민이 굶어 죽든 말든 자신의 정권 유지에만 신경 쓰는 최악의 독재자로의 길을 걷고 있다. 아무리 탐욕스러운 정치가라도 국민의 절규와 고통을 이렇게 외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베네수엘라의 올해 인플레이션율은 1만4000%에 이르고, 경제는 3년 연속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양실조로 어린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고, 국민 전체 평균 체중이 지난해 11㎏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체중 감소량은 무려 20㎏에 달한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도 마두로가 재선에 성공했다니 처음에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독재자인 마두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야당이 우위였던 의회를 지난해 해산했으며, 유력한 야권 지도자의 대선 출마를 봉쇄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지만, 이를 가혹하게 탄압해 사망자가 100명이 넘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군부가 쿠데타로 마두로 정권을 전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군부는 이미 마두로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된 지 오래다. 나라가 이 지경이 돼도 문제의 근원인 마두로의 권력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의 비극을 끝내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력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군사 행동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무력 행위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이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협상 테이블에 앉게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베네수엘라 고위층의 돈줄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미국은 물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도 이런 압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처럼 베네수엘라도 극적인 변화의 계기가 오기를 거듭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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