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과 분식회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석래(81) 전 효성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 원을 구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ㆍ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조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50) 사장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150억 원, 이상운(66) 효성 총괄 부회장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25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조 전 회장은 페이퍼컴퍼니 뒤에 숨어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조세권을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를 사적 소유물로 여겼으나 반성하지 않는다"며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은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려 했다. 사법기관을 우롱했고 황금만능주의에 빠졌다. 이 사회에 법과 원칙이 살아있음을 재판부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 회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은 조세포탈죄 성립의 구성요건을 ‘조세포탈을 위한 적극적 은닉 의도’로 판단한다"며 "당시 효성물산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부실을 정리하려고 한 것은 조세포탈 의도가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며 1심과 같이 고의를 부정했다. 이어 "효성은 효성물산 합병으로 외환위기 등 국난 극복에 기여했다"며 "(관련 혐의는) 공적가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효성이 홍콩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중국법인과의 거래과정에서 '해외기술료' 명목으로 부외자금을 형성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카프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법하게 해외 SPC를 이용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효성이 CTI와 LF 두 해외법인을 통해 '한국카프로락탐(카프로)' 지분을사고 파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에 대해서도 "카프로 주식은 조 전 회장 개인 주식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 전 회장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배임ㆍ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 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조 회장의 범행 액수는 △분식회계 5010억 원 △탈세 1506억원 △횡령 690억원 △배임 233억원 △위법 배당 500억 원 등 총 7939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심 재판부는 조세 포탈 1358억 원에 해당하는 부분과 배당가능 이익이 없는데도 분식결산을 통해 경영진의 이익을 초과 배당해 상법을 위반한 혐의 중 일부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은 무죄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