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시·도지사 17명을 포함한 지역대표 4016명과 서울 송파을, 노원병 등 12개 선거구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합해 총 4028명을 뽑는 거대 규모이다. 하지만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모습이다. 여의도 정치권에 몸담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역대 가장 심심한 선거’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공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적극 투표층이 70.9%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치로만 보면 2014년 제6회 선거보다 15.1%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빅 이벤트’가 지방선거에 관한 관심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게 여의도 정가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지방선거 주목도가 떨어지는 이유로는 선거판을 뒤흔드는 변수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 관심은 투표일 하루 전에 치러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쏠려 있다. 남북고위급회담의 연기와 재개, 북한과 미국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우리 국민과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만큼 지방선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높다는 점도 지방선거의 흥행을 막는 요소다. 통상 지방선거 시즌에는 지역·인물·민생이 쟁점으로 떠오르지만 이번에는 중앙 정치가 우선시되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유세 전략도 대통령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접전도 없다. 여론조사상 민주당 후보와 다른 후보의 격차가 큰 만큼 선거 분위기도 달아오르지 않는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정책 경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방선거에 관한 관심이 적은 이유로 꼽힌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4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선거운동이 시작됐는데도 선거공약서를 발표한 시·도지사 후보자가 전체 71명 중 6명(8.45%)에 불과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당선자 17명 중 12명(70.6%)이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지방자치의 꽃’으로 불리는 지방선거의 취지가 사라졌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도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은 “등록 마감일까지 공직선거법에 따라 발행이 가능한 선거공약집은 전무했고, 선거공약서도 없었다”며 “지방선거에 지방이 실종되고, 전당대회의 전초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