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0년대 초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철강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 목적으로 수백 개의 제철소 건설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00~2013년 중국 철강 생산량은 7배 늘어나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철강 생산량이 크게 늘자 중국의 철강 수출 평균 가격은 2011~2016년 50% 가까이 급락했고, 값싼 중국산 철강 유입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정부는 130건 이상의 반덤핑관세를 중국 철강에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면서 글로벌 무역체제를 위협했는데 이것도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조치였다.
자국을 향한 관세 포화가 집중되자 중국은 2020년까지 연간 1억5000만 톤 규모의 철강 생산량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국제생산능력협력(International Capacity Cooperation)’이라는 경제 계획을 공개했는데, 이 정책의 주 내용은 중국 국영 금융기관이 자국 제철소의 해외 이전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현재 중국 철강기업들은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 인도 등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고, 브라질 북부에는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80억 달러(약 8조5600억 원) 규모의 세계 최대 철강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 덕분에 무관세·저가 철강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개발은행(CDB)으로부터 5억70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청산강철은 지난해 200만 톤 규모의 스테인리스강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이는 전 세계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의 4%에 해당하는 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공장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산 가격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더룽강철도 9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내년부터 인도네시아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영국 원자재 연구소 CRU그룹의 마이클 핀치 철강 전문가는 “이 프로젝트만으로 세계의 철강 생산능력이 지난해 대비 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베이강철은 세르비아에 공장을 짓고 유럽연합(EU)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허베이강철은 2015년 중국투자공사의 지원을 받아 3년간 3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EU는 중국산 철강 수출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왔지만, 세르비아에서 생산된 허베이강철의 제품은 관세 없이 EU 회원국 28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허베이강철은 현재 마케도니아와 스위스, 미국 등지에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 북미 지역에 더 많은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미국이 발효한 철강 관세는 해외에서 생산한 중국 철강 제품에도 적용되지만, 중국 현지 생산 철강에는 200%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을 고려해보면 해외 공장 이전은 당분간 중국기업의 탈출구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트리스탄 켄더다인 퓨처리스크 연구원은 “중국이 산업단지 전체를 해외로 옮겼을 뿐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등을 과잉생산하는 것은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