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인 최대 정유업체 렙솔은 구글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자사 정유단지에 배치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IT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고 마진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업계의 시도를 보여준다고 FT는 설명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탈피해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 전통적인 에너지 업체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지금보다 수익성이 더 많이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렙솔은 바르셀로나 인근의 스페인 동부 해안에 있는 타라고나 정유단지의 생산 최적화를 위해 구글의 AI 기계학습 도구인 ‘클라우드ML’을 사용하고 있다.
타라고나 정유단지의 생산 규모는 하루 12만 배럴에 이른다. 정유공장은 원유를 휘발유와 경유 등 더욱 가치 있는 연료로 가공하기 위해 중질유를 경질유로 전환하는 장치 등 다양한 설비로 구성돼 있다. 구글 기술은 정유소의 각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압력과 온도, 유량, 처리 속도 등 수백 가지 변수와 관련된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렙솔은 이를 통해 배럴당 30센트(약 320원)의 마진 향상을 기대하고 있으며 다른 5개 정유단지에도 구글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렙솔처럼 구글과 아마존닷컴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를 폭넓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IT 기술은 굴착장비의 성능을 향상하고 정유소 수익성을 높이는 등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응용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그동안 석유와 가스 업체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최대 한도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수단들을 갖지 못했다”며 “분석 도구와 기술들이 빠르고 폭넓게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렙솔은 지난 1분기 5억5800만 유로(약 6987억 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6억6300만 유로에서 줄어든 것으로, 부분적으로 유가 상승으로 마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렙솔은 AI를 정유사업에 전반적으로 사용하면 다운스트림(원유 정제에서 수송, 정제와 판매에 이르는 과정) 부문에서 연간 1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마리아 빅토리아 징고니 렙솔 다운스트림 부문 대표는 “AI는 현재 정유공장의 약 30가지 변수에만 쓰이고 있지만 곧 400개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회사 전체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자동화가 장기적으로 이 산업의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징고니 대표는 “구글 AI 배치로 인해 우리 직원이 추방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IT 기술 도입은) 근로자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아무도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