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기업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남북경협을 재개하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을 ‘북한 기업관리체계 개편과 남북경협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북한은 1950년대 말 대부분 기업을 국영화하고 중앙집중적 계획을 통해 국영기업을 관리했지만 1990년대 초부터 북한경제가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국영화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북한은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기업관리제도를 중심으로, 경제관리제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이를 법제화해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했다. 북한은 국영기업이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며 판매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국가가 원료와 자재를 기업에 공급하지 못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원료와 자재를 찾아 생산한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해 가격 책정 권한을 줬다. 현물계획에 의해 생산한 제품 중 공급처가 확정된 계획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품을 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매권도 부여했다.
중앙에서 기업에 하달하는 중앙지표의 수를 줄이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지표를 계획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국가가 기업경영을 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기업에 경영자금 조달 권한과 의무를 넘기는 등 기업의 재정권을 확대했다. 아울러 중소 규모 내각 소속 국영기업들이 직접 대외무역을 하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합영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국영기업의 시장거래와 대외경제관계의 공식·합법화가 남북경협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봤다.
보고서는 “과거 남북경협은 남북한 기업이 직접 접촉하지 못한 채 남한의 기업과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접촉해 사업을 결정하고 북측 기업은 생산만 하는 구조였지만, 이제 남북한 기업이 직접 무역이나 임가공 사업, 투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제약은 크게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경협이 재개된다면 과거에 비해 철저하게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