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개월 만에 무정부 상태 탈출한다…‘이탈렉시트’ 불안은 여전

입력 2018-06-01 09:00 수정 2018-06-0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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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운동·동맹, 연정 구성 재합의로 이탈리아 정국 혼란 종지부…드라기 ECB 총재, 긴축 전환 연기할 듯

이탈리아가 전후 사상 최장 기간인 3개월의 무정부 상태에서 탈출한다. 우여곡절 끝에 포퓰리즘 연립정부 수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이탈렉시트(Italexit)’ 불안은 계속 시장을 억누를 전망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이 이날 다시 연정을 구성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파올로 사보나를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거부해 연정 출범을 무산시켰으나 이번에는 정부 구성을 승인했다.

새 연정 총리로는 오성운동과 동맹이 총리 후보로 내세웠던 주세페 콘테 피렌체대학 법학과 교수가 재천거됐다. 콘테 지명자는 이날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새 정부 구성안을 제출해 이번에는 승인을 받았다.

이제 남은 절차는 다음 주 의회 신임투표이나 오성운동과 동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태여서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부총리 겸 노동경제발전부 장관을,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각각 맡는다. 두 정당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보나를 유럽연합(EU)관계장관으로 하기로 했다. 새 재정경제부 장관에는 토르베르가타대학의 정치경제학 교수인 조반니 트리아가 앉게 된다. 트리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이지만 사보나처럼 유로존 탈퇴 등 과격한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정 구성 재합의 소식에 사실상의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가 될 재선거가 치러지지 않게 됐다는 안도감이 시장에 퍼졌다. 이탈리아 2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95bp(bp=0.01%포인트) 빠진 1.04%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정국 혼미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지만 새로 들어설 정부와 EU의 관계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우리는 항상 그런 것처럼 이탈리아를 도울 것”이라며 “그러나 EU에 책임을 떠넘기는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FT는 이탈리아 중앙은행인 이탈리아은행 총재 출신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고국의 정치 불확실성으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ECB는 당초 올해 말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내년 중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할 것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변수가 나오면서 이를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드라기 총재는 이탈리아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는 등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아울러 이탈리아 은행들의 재정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재정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현재 떠안고 있는 부실대출은 8130억 유로(약 1024조 원)에 달하며 이중 상당수를 이탈리아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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