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반세기 동안 이렇다 할 혼란을 겪지 않았던 식품업계는 최근 수년간 매출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세대교체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고 WSJ는 풀이했다.
데니스 모리슨 캠벨수프 CEO가 이달 초 회사를 떠났다. 제너럴밀스와 몬델리즈인터내셔널, 켈로그, 네슬레, 허쉬 등 다른 식품기업들도 2년새 CEO 교체를 단행했다.
그동안 회사를 떠난 CEO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소비 주류로 떠오르면서 바뀐 미국 식습관, 인터넷 쇼핑몰 부상에 따른 쇼핑 습관의 변화 등에 대응하고자 씨름했다.
식품업체들은 부동의 브랜드 파워가 더는 높은 가격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경영진들은 비용절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CEO들이 혁신을 위해 투자하려고 하지만 투자자들은 수익률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뉴욕증시 S&P500지수가 2년간 30% 상승한 것과 대조적으로 S&P500가공식품·육류업종지수는 15% 하락했다.
컨설팅 업체 AT커니에 따르면 미국 상위 25개 식품·음료업체는 2012~2016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에 그쳐 26위 이하 기업들의 증가율 6%를 밑돌았다. 2015년 은퇴한 게리 로드킨 전 콘아그라푸즈 CEO는 “확실히 현재 CEO들이 처한 상황은 수십 년 전 내가 사회 초년병이었을 때보다 어렵다”고 한탄했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위기 타파를 위해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몬델리즈는 전임 CEO는 수년간 영업이익률을 개선했지만 매출 증가세는 우리 기대에 못 미쳤다고 교체 이유를 밝혔다.
허쉬의 덕 스트래튼 최고디지털커머스책임자(CDCO)는 “식품업계가 수십 년간 전자상거래가 아닌 오프라인 매장에 초점을 맞춘 방법을 교육해왔다”며 “CEO를 포함해 직원들이 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는 정말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피 수혈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형 브랜드들은 자신이 제조하는 식품의 대명사였다. 예를 들어 크래프트와 치즈, 하인즈와 케첩, 켈로그와 시리얼, 코카콜라와 청량음료 등이다. 이에 주요 브랜드는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었다. 이제 소비자들이 더 건강한 천연 식재료를 선호하고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하면서 틈새시장 브랜드, 식료품 소매점 자체 브랜드 등이 부상해 식품 대기업들의 기존 경영전략은 통하지 않게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션 코놀리 현 콘아그라푸즈 CEO는 “그동안 식품업계가 나태해 관료주의가 혁신을 저해하도록 했다”며 “냉동식품 코너를 보면 1980~90년대와 비슷한 제품이 아직도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현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