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우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미국에 알린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한반도 평화와 세계의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염원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열린 마음으로 시간과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 취소 발표를 하며 “만약 언제든 김정은이 건설적인 대화와 행동을 선택한다면, 나는 기다리겠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담화에는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회담을 결정하고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정에 매우 감사하다”며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회담 취소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지 로페즈 노트르담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는 전형적인 매력 공세”라며 “지금은 친절하게 말하지만, 나중에 정치·군사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계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를 발표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핵 포기’를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면 우리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리비아와 북한을 비교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에 “우리와 회담장에서 만날지 아니면 핵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미국의 결심과 처신에 달려있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신에서 “북한의 성명에서 나타난 적대감으로 인해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적었다. 수 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북한의 이러한 발언은 불쾌함을 표시한 것이었을 뿐, 회담 취소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