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균형을 막기 위해 탄생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다음 달 27일 일몰(폐기)을 앞두고 있다. 합산규제 존폐에 대해 논의해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일몰이 유력시됨에 따라 유료방송 업체 간 인수·합병(M&A)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29일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과방위 법안소위뿐 아니라 과방위 전체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달 13일 지방선거로 인해 사실상 합산규제 논의 시점은 29일이 마지노선이다. 합산규제는 효력 상실형 일몰이기 때문에 별다른 논의가 없더라도 일몰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없어 자연스럽게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논의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산규제를 1년 혹은 2년 연장해 해결 방안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위성방송·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특정 기업군의 가입자 합이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특정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독점을 막으려는 조치로 2015년 6월 처음 시행돼 3년 만인 다음 달 27일 자동 폐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T의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친 비율은 30.18%다. 합산규제 33.33%까지 3.15%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업계에선 합산규제가 예정대로 일몰될 경우 점유율 상한제가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유료방송 시장에 M&A가 활발해지면서 시장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M&A 대상 업체로 거론되는 곳은 CJ헬로비전, 딜라이브 등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유료방송 업계의 M&A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관련 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 인수를 추진하다 언론에 노출되면서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 수는 328만 명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 10.67%로 KT, SK브로드밴드에 이어 3위다. CJ헬로 가입자는 397만 명이다. LG유플러스가 헬로비전 인수에 성공하면 총가입자 수는 725만 명, 시장 점유율도 23.55%로 올라 SK브로드밴드(13.49%)를 제치고 KT에 이어 2위로 올라설 기회였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인수와 관련해 특정 업체에 한정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혀 추후 다시 M&A를 시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CJ헬로비전 인수에 한 차례 실패를 맛봤던 SK텔레콤도 M&A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월 열린 방송통신 신년인사회에서 “유료방송업체 인수합병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지만 케이블TV든 통신사든 같이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케이블협회는 “합산규제 일몰은 독과점을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국장은 최근 “합산규제 일몰 시 KT그룹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 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