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채권이란… 상환시 수익률 최대 1600% = 1970년대 서방의 여러 시중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빌린 북한, 결국 1984년 3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다. 이를 눈여겨 본 프랑스의 금융그룹 BNP파리바는 ‘북한이 진 빚을 받을 권리’를 사들인다. 그중 4억 달러(약 4000억 원)을 유동화해 발행한 채권이 바로 북한채권, 이른바 ‘NK Debt corp’다. 당시 BNP파리바는 발행 주체를 북한채권공사로 설정했다.
BNP파리바나 북한채권 거래자들의 기대는 단 하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북한 채권을 상환받을 날이 오리라는 것. 이들의 바람처럼 북한채권이 상환된다면 액면가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수익률이 1600%를 웃돌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만약 남한 정부가 북한채권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물리더라도 200%정도는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기대감 속에 2010년 만기였던 북한채권은 채권자들의 합의에 따라 2020년 3월 12일로 연장된 상태다.
북한채권은 북한의 상황과 긴밀하게 맞물린 채 움직여왔다. 특히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북한채권의 호가는 요동쳤다. 금융전문지 IFR에 따르면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각각 20, 26센트였던 호가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4센트로 뚝 떨어졌다. 201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18센트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센트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 “북한채권, 거래도 어렵고 투자매력도 없어” = 하지만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북한채권이 ‘이색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애초에 북한채권을 거래하는 것 자체가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 수준이며, 거래자를 찾더라도 리스크가 너무 높아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채권은 장외거래인 데다가 매물도 한정돼 있는데 특히 북한채권 같은 경우는 거래자를 찾기조차 어렵다”며 “만약 거래자를 찾더라도 거래를 안 하겠다고 해버리면 끝”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사 자산운용 담당자는 “보험사 같은 경우 장기 상품이 많은 만큼 자산운용에서 장기채권 비중이 60%가량 된다”면서 “트리플비 이상의 안정성이 아니면 투자 자체를 못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투사 해외채권 담당자도 “보험사보다 금투사 같은 경우 리스크에 보다 관대하지만 북한채권 같은 경우는 어떻게 거래를 따낸다고 해도 리스크심사를 통과하지 못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北채권 투자방법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 북한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이 북한채권 자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의 FEMDO(Franklin Emerging Market Debt Opportunities)가 있다. 북한채권뿐만 아니라 신흥국의 디폴트 채권들을 묶어서 만든 펀드다.
프랭클린 템플턴에 따르면 4월 말 FEMDO는 북한채권 2425만 좌를 보유하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북한채권의 가치를 0원으로 설정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가치는 채권약정액에 상환가능성을 곱해서 산출한다. 북한채권의 상환가능성을 0%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FEMDO도 북한채권 투자나 자산운용 측면에서는 별로 매력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채권에 투자하기 위한 차원이라기엔 FEMDO에서 북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으며, 디폴트 채권들을 모아둔 만큼 리스크가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환 가능성이 낮은 채권들만 모아둔 펀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북한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FEMDO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