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사 가운데 제1호 생명공학 순수지주사 변신
- 허영섭 회장 지분 증여 시동...경영권 승계 수순 밟아
- 허일섭 부회장 지분도 상당수준...후계구도 변수로 작용할 수도
녹십자의 탄생은 지난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일시멘트그룹의 창업주였던 허채경 회장이 녹십자의 전신인 수도미생물약품판매에 대주주로 참여해 현재 허영섭 회장 일가가 주인이 됐다.
허영섭 회장(67)은 1964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로 유학길을 떠나 1968년 독일 아헨공대를 졸업하고 2년 후인 1970년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녹십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초고속 승진으로 1974년 녹십자 상무이사. 1977년 녹십자 전무, 1980년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1992년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섰다.
토탈헬스케어그룹을 지향하고 있는 녹십자는 국내 제약사 1호 지주사로 제약, 보험, 바이오 사업을 3대 주축으로 삼고 있다. 현재 녹십자홀딩스를 포함해 유가증권 시장에는 녹십자가 포진해 있으며 상아제약 등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허영섭 회장 경영권 승계 포석...최근 자녀에게 처음으로 증여
그동안 경영권 승계와 관련 어떤 지분 변동도 보이지 않았던 녹십자가 2일 허영섭 회장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을 깔아뒀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허영섭 녹십자 회장이 아들 삼형제인 성수ㆍ은철ㆍ용준씨에게 주식 1만7400주를 증여했다.
이번 허 회장의 증여가 눈에 뛰는 것은 그동안 삼형제가 녹십자와 관련된 어떠한 지분도 보유하지 않고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 회장은 장남인 성수(38)씨에게 4400주를 차남인 은철(36)씨와 막내인 용준(34)씨에게는 각각 6300주와 6700주를 증여했다.
그동안 이들 삼형제는 경영수업에만 매진해왔었다. 장남인 성수씨는 현재 계열사인 지씨헬스케어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은철씨와 용준씨는 올해 각각 녹십자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그러나 이들의 경영권 승계 수순에 또 다른 변수도 존재하고 있다. 허영섭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부회장의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허일섭 부회장은 녹십자 홀딩스 9.23%와 녹십자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상당수의 지분이 향후 녹십자의 2세경영체제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녹십자, 제약사 국내 1호 생명공학 순수지주사
녹십자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1호 생명공학 순수지주사로 변신한 기업이다. 현재 녹십자홀딩스라는 지주사를 통해 녹십자를 포함한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1995년부터 6년 간의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2001년 3월 ‘생명공학전문 순수지주회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녹십자는 현재 순수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순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와 사업자회사들인 계열사를 통해 ‘파머슈티컬’ 부문, ‘마케팅·물류’ 부문, ‘네오바이오파머슈티컬’ 부문, ‘헬스케어’ 부문, ‘바이오 벤처캐피털’ 부문, ‘해외 사업’ 부문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가 이처럼 빠르게 지주사로 전환한 데에는 급속한 국내외 바이오 산업 재편에 유연하게 대응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20% 성장 달성 목표
녹십자는 지난해 21%의 성장을 거둔데 이어 올해에도 20% 이상의 성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약부분에서의 핵심품목 및 이익품목의 집중적 관리와 유망상품군의 전략적 육성으로 5200억원의 매출 달성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전문의약품 분야에서는 비강분무형 인플루엔자 백신·비만치료제·당뇨 치료제·비타민C 결핍증 치료제·탈모치료제·진통제 등을, 일반의약품 부문에서는 흉터개선제·시린이개선제·습윤상처치료제·변비치료제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R&D 분야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린스타틴(신생혈관생성 억제 항암제), 유전자재조합 HBIG, DTaP, AI백신, 재조합 탄저백신 등 개발 진입단계에 있는 과제에 역량을 모으고 PEG-GCSF(항암보조요법제), EPO-hFc(빈혈치료제), 항체 치료제 등 바이오제네릭에 대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인 항암제 분야에 대한 R&D에 집중할 계획으로 현재 美 ABL社 차세대 항암제 ‘아브락산(ABRAXANE)’에 대한 국내독점 공급권을 획득한 상태로 올해 국내 임상을 통해 내년 상품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