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모교인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쿡 CEO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듀크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첨단 기술을 이유로 개인 정보 보호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핑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며 “고객 개인 정보를 가능한 한 적게 모으고, 사려 깊고 정중하게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쿡 CEO는 페이스북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애플의 개인 정보 처리가 페이스북과 완전히 대조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덕이 크다고 설명하며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잡스는 우리에게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가르쳤고, 나는 그에게서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쿡 CEO의 발언은 최근 개인 정보 유출 문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던 페이스북을 겨냥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에 9000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이를 두고 지난 3월 말에도 쿡 CEO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밀한 개인 정보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고객을 돈이나 상품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당신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겠냐는 물음에는 “나는 이런 상황에 부닥칠 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지난달 저커버그 CEO는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쿡 CEO의 주장에 반박했다. 저커버그는 “팀 쿡 CEO의 지적은 사실에 맞지 않고, 듣기에 그럴듯하기만 하다”며 “광고에 기반을 둔 사업은 모든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합리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또 이날 연설에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려움이 없는 진정한 순간이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는다”며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고교 총기 참사를 두고 수백만 명이 침묵을 거부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투와 성폭력 저항 캠페인 ‘타임스업(Time’s Up)’을 외치는 여성들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들은 어두운 곳에 불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 “졸업생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며 “더 나은 방향으로 상황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사람이 돼라”고 독려했다.
한편 쿡 CEO는 1988년 듀크대학 후쿠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5년 대학 이사회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