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이런 편견에 맞서 과감히 장애인을 채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 그리(Gree)의 성공사례를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장애인 법적의무고용 비율을 종전 전체 직원의 2.0%에서 2.2%로 높이는 등 장애인 고용을 독려하고 있다. 현재 종업원 수가 45명 이상인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이 비율은 향후 3년 안에 2.3%로 추가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여전히 장애인들이 일본에서 취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기업 중 절반만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의무고용을 지키는 것보다 돈을 내는 것을 선택한다. 후키시마 요시히코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은 장애인을 보통 사람과 다르게 보는 경향이 여전하다”며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을 단지 호의를 베푼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년 전 일본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통과됐으나 내각부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84%의 응답자가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취업률은 59%에 달하지만 장애인은 48.6%에 그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더욱 취업이 힘들다. 민간 부문 49만6000명 장애인 근로자 중 정신적인 장애인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그리는 일본 기업이나 주민의 일반적 성향과 정반대로 갔다. 일본에서 발달 장애와 우울증 등 기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채용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리는 장애인 중 많은 이가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2012년부터 이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고려해 이뤄진 결정이었다. 당시 그리 직원 사이에서도 장애인과 같이 일하면 신경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며 꺼리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초기 서류 파쇄 등 단순 업무만을 했던 장애인 직원들은 지금 소프트웨어 버그 제거, 게임 품질검수 등 회사 핵심 업무까지 맡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장애인 채용이 성과를 내기까지 그리의 세심한 배려와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그리는 장애인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실을 만들었으며 정기적으로 상담도 받게 했다. 빛과 소음에 민감한 직원들을 위해 선글라스와 헤드폰도 제공했다. 장애인 직원 채용 후에도 지속적으로 외부 전문기관이 이들을 훈련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아예 자회사인 그리비즈니스오퍼레이션을 따로 세운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기업이 장애인의 필요에 맞는 근무환경을 손쉽게 조성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애인과 일반인을 아예 분리시킬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