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35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담합 혐의로 300억 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현대건설이 이에 불복해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현대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결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송정을 잇는 전체 길이 184.534km의 대규모 고속철도망 구축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8조3529억 원이 투입됐다.
공정위는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 7곳과 중소 건설사 등 총 28개사가 호남고속철도 노반신설공사 19개 중 13개 공구를 분할 낙찰 받기로 하는 등 담합한 혐의를 적발했다.
이들 건설사는 A, B, C 세 그룹으로 나눠 공구별 낙찰회사를 사전에 결정하고, 이외 건설사는 미리 정한 투찰가로 참여하는 이른바 '들러리 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했다. 낙찰회사로 뽑히지 못한 현대건설 등은 향후 발주되는 철도공사의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수주 우선권을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8개 건설사 사이에 낙찰 공구, 낙찰 예정사, 들러리 응찰사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2014년 9월 현대건설에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3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측이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다며 낸 과징금 감면신청을 받아들여 304억 원을 최종 부과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낙찰가 등 후속합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방식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과도하다며 소송을 냈다.
2심제로 진행되는 공정위 사건의 1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6부는 "현대건설은 낙찰예정 건설사들이 알려 준 투찰가격으로 응찰해 공동행위에 가담했다"면서 "들러리로 응찰하였을 뿐 낙찰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계약금액 전액을 기준으로 관련 매출액을 산정한 것도 정당하다"며 공정위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현대건설이 공사의 분할 합의를 선도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나머지 건설사에 공동행위 내용을 통보하며 동참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현대건설이 추첨에서 탈락해 투찰가격 결정 등과 같은 후속 합의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13개 공구 모두 들러리 응찰을 해 공동 행위의 완성에 끝까지 기여했다"며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