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 전 SK 이노베이션 부회장이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사임한 이후 차기 회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그가 다시 포스코의 새 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구 전 부회장은 1988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5년 뒤 퇴사한 ‘포스코맨’ 출신이지만, 현재는 회장 후보군에서는 외부 인물에 속한다.
구 전 부회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르는 이유는 정부의 대북 사업과 맞닿아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경제협력(경협)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포스코가 북한의 사회간접투자(SOC)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차기 포스코 회장의 역할은 정부와의 교감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권오준 회장이 지난달 갑작스럽게 사퇴를 선언했을 때 청와대 압력설이 불거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인연도 그가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구 전 부회장은 포스코에서 퇴사한 뒤 최 회장이 발탁해 승승장구했다. 최 회장이 그를 SK 이노베이션의 부회장까지 승진시키면서, 구 전 부회장은 재계의 거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 지인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최 회장이 구 전 부회장을 천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구 전 부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점,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 이노베이션에서 일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코는 전통적으로 회장에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 기술자들을 선호해 온 데다, 신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전 부회장은 포스코의 본연 사업인 철강과 신사업인 신소재 사업을 두루 경험해 봤다는 의미다.
구 전 부회장 이외도 내부 인사로 장인화 철강사업부문 2부문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1, 2차 CEO 승계카운슬 회의를 지난달 27일 마쳤다. 이르면 다음주 3차 회의 진행를 거칠 예정이다. 경협의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이달 중으로 새 회장에 대한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