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둥지를 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로펌이 몰리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10대 대형로펌 가운데 최초로 판교에 분사무소를 연다. 판교에 본사를 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IT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고객으로 잡겠다는 의도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종은 이달 말 판교 테크노밸리에 분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판교 분사무소를 담당할 세종의 조중일(37·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판교에서 서울로 오가는 시간을 줄여 고객들이 편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분사무소를 여는 가장 큰 이유"라며 "IT업체 고객들은 의사결정이 워낙 빨라 속도감 있게 자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은 현재 네이버와 라인플러스 등 IT기업은 물론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등 게임업체 등을 자문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인 케이큐브벤처스 등 스타트업 고객도 상당수다.
판교 분사무소에는 투자·합작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임재우(55·19기) 파트너 변호사를 중심으로 이동건(47·29기)·정준혁(40·33기)·조중일·김남훈(37·38기) 변호사 등 5명이 근무한다. 상주 예정인 조 변호사는 이스라엘에 있는 로펌에 근무하며 스타트업과 IT 기업 투자 자문을 해왔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린다. 네이버·카카오·넥슨·엔씨소프트 IT기업과 게임업체 등이 몰려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다양한 기반시설을 갖췄다.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진입이 쉽다. 판교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강남역까지 14분 걸린다. 엔씨소프트와 현대중공업, 두산건설 올해 판교로 이전하거나 옮길 계획을 세웠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입주기업 1306개사에 임직원 수는 7만4738명에 달한다.
판교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한결은 2014년 이미 판교에 분사무소를 세웠다. 판교에 입주한 기업을 직접 찾아가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식재산권에 강한 KCL은 판교는 아니지만, 성남시에 분사무소를 뒀다.
하지만 대형로펌은 그동안 국내 분사무소 설립에 보수적이었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탓이다. 때문에 이번 세종의 움직임은 판교의 위상을 보여준다. 조 변호사는 "함께 일하던 기업들과의 자문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당장 매출이 덜 나오더라도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특히 판교와 먼 강북 지역에 사무실을 둔 로펌들 고민이 커졌다. 강북의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특정 고객사를 위해 분사무소를 내는 장단점이 있다"면서도 "판교에 고객사가 많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스타트업과 지식재산권 분야는 변호사 업계에서 새 먹거리로 떠오른 상황이다. 초기부터 법률 자문을 지원해 나중에 법률분쟁 발생 시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광장은 스타트업지원팀을 구성해 경영 활동에 필요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율촌은 2016년부터 이스라엘 유명 스타트업 투자 기관인 요즈마 그룹과 손잡았다. 판교에 있는 한국 요즈마 캠퍼스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입주 스타트업에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