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말들이다. 성격과 성장 배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려주는 명(?)문구들이다.
결혼 생활 10년차쯤(너무 길게 잡았나?) 되면 ‘부부 싸움의 도(道)’를 깨우치게 된다. 상대의 특기와 주먹의 강도를 미리 알고 덤비니 이를 ‘지(智)’라 한다. 서로 ‘나를 정통으로 때리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니 이를 ‘신(信)’이라 한다. 상대가 아픈 표정을 짓는다 해도 과감히 무시하니 이를 ‘강(强)’이라 한다. 값나가는 살림을 부수지 않으니 이를 ‘현(賢)’이라 한다. 싸움이 끝난 뒤 맞은 곳을 서로 주물러 주니 이를 ‘의(義)’라 한다.
우스개이긴 하나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한 사람으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한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참을 인(忍)’ 자가 수십 개는 쌓여 있을 게다. 티격태격하며 ‘웬수’ 같은 정으로 살아가지만, 참고 또 참으며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게 부부 아닌가.
독일의 낭만파 시인 하이네가 “즐거운 사랑의 계절”이라고 노래한 오월이다. 신록이 우거지고, 아까시·이팝 꽃잎이 하얗게 날리고, 빨간 앵두와 딸기가 익어가고, 새들이 지저귀는 오월엔 사랑하는 마음도 커질 만하다. 그래서인지 시조카 결혼식을 시작으로 청첩장을 여섯 장이나 받았다. 그나마 주말이 아닌 평일 저녁 시간에 열리는 ‘작은 결혼식’이 대부분이라 하객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
결혼·혼인은 중국의 결혼제도를 반영한 한자말이다. 우리 조상의 풍습이 담긴 진정한 결혼 문화는 ‘시집가다’, ‘장가가다’, ‘장가들다’이다.
장가가다는 ‘혼인하여 남편이 되다’라는 뜻이다. 장가()는 말 그대로 장인·장모의 집이다. 혼례를 치른 후 신랑은 처갓집인 장인·장모의 집(丈家)에 들어가 첫아이를 낳은 뒤에야 아내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던 고구려의 옛 결혼 풍습에서 유래했다. 장인·장모의 집에 들어간다는 뜻의 ‘장가들다’가 ‘장가가다’보다 더 많이 쓰인다. 아들 둔 입장에선 ‘장가보내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장가가다, 장가들다, 장가보내다는 모두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시집가다’는 ‘결혼하여 남의 아내가 되다’라는 의미다. 잘 알다시피 우리 어머니 세대 여성들은 거의 다 결혼하면 시집으로 들어가서 생활을 했다. 시집은 시댁, 즉 남편의 집을 말한다. 여자가 혼인을 하면 새로운 어른들을 섬기며 사는 시집으로 들어가 산다고 해서 ‘시집간다’고 표현한 것이다. 시집의 순우리말은 ‘싀집’, 새로운(新) 집을 의미한다. 시댁,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등 ‘남편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시(媤)’에는 여인(女)이 늘 마음을 써서(思) 섬겨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결혼 문화가 참 많이 변했다. 장가들거나 시집가는 신랑·신부는 드물다. 대부분 신혼집을 마련해 따로 생활한다. 신혼집을 장만할 능력이 없는 이들은 아예 결혼을 미루기도 한다. 결혼식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형편에 맞지 않게 겉만 번드르르하게 꾸민 결혼식을 과감히 거부한 이들 덕에 소박한 ‘작은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결혼은 허례허식이 아닌 ‘사랑과 서로의 집안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똑똑한 청춘들이다. 좀 더 단출한 결혼식이 뿌리내렸으면 하는 건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