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금융지주 도입할까..고심하는 김상조

입력 2018-05-01 09:25 수정 2018-05-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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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금융지주 도입할까..금융그룹 통합감독 실시·정치지형이 관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때 중간금융지주 시행 주장

일반지주사의 금융사 지분 소유를 허용하는 중간금융지주 제도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이 깊다. 삼성그룹의 최종 도착지가 일반지주사라면 디딤돌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간금융지주사다. 대기업 지배구조 단순화라는 당위성, 삼성 특혜라는 비판. 양날을 가지고 있는 중간금융지주 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화두로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 이후 중간금융지주 논의 불가피= 김 위원장은 과거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포함한 중간금융지주 제도 도입을 주장해왔다. 삼성그룹을 예로 들면 삼성물산 밑에 비금융사를 몰고, 삼성생명 밑에 금융사를 모이게 하는 식으로 중간금융지주를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 롯데, 한화 등 금융사를 보유한 대기업 재벌들도 이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올해 7월부터 시범 적용하는 것 역시 중간금융지주 제도 논의를 촉발시킬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중간금융지주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제대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출자, 내부거래와 같은 부적절한 관례들이 통합감독으로 해소되어야만 사전감독인 지주사 법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불을 지핀 사안인 만큼 임기 중에 다시 꺼낼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김 위원장 역시 중간금융지주가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보지는 않고 있다. 그는 2016년 경제개혁연대에서 발간한 ‘삼성그룹의 금융지주 설립’ 분석에서 “중간금융지주는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가 혼재하는 복합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 단계를 하나 더 만들어 레버리지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간금융지주의 허용 여부가 지주회사 전환의 결정적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역시 삼성생명 또는 삼성물산의 인적분할을 통해 금융지주사를 따로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분석이다.

삼성물산 금융지주는 해당 회사를 사업회사와 삼성생명 주식만을 보유한 회사(물산 금융지주)로 인적 분할하는 방안이다. 삼성생명 금융지주는 이 회사를 자사주와 삼성화재 등의 금융계열사 주식부문은 생명금융지주로 만들고 나머지는 생명보헙업을 수행하는 사업 자회사로 두는 방법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도 반대, 법 통과 쉽지 않아= 현 시점에서 중간금융지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 여당 다수 의원들은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비금융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의결권 확대 역시 금산분리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여당 의원들이 삼성 특혜법으로 불릴 수 있는 중간금융지주 도입 법안에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발로 뛰어야만 중간금융지주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가 여당의 의견을 찬성 당론으로 돌려세운 뒤 야당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뿐 아니라 야당의 정치 지형까지 감안하면 쉽지 않은 과정이란 것이 중론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후반부 때 삼성의 지주 체제 전환이 가시화되면 중간금융지주가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엘리엇의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지적과 관련 “요구가 부당하다”고 밝혔다. 마냥 반기업 성향이라고 할 수 없는 그가 향후에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도울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중간금융지주 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이 지주사 체제 전환까지 한 단계 정도 수고가 덜 드는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다만 지주사 전환 전에 정말 중간금융지주가 필요한 지는 다시 판단해 봐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필요있다’, ‘필요없다’라기 보다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 등을 본 뒤에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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