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압박에… 답답한 삼성

입력 2018-05-01 09:24 수정 2018-05-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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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자 관건은 금산분리 문제다. 즉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처리 방안이다. 이에 앞서 삼성은 4개의 남은 순환출자 해소에 먼저 나설 것으로 보인다. 4개의 순환출자는 공통으로 삼성전기 또는 삼성화재에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 이를 끊으면 완전한 해소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약 1조700억 원)을 모두 처분하면 순환출자는 완전히 사라진다. 액수가 비교적 크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지분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남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 역시 해소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다만 시기와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금산분리는 상황이 다르다.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 정부가 금산분리를 하라고 압박하면서, 할 수 없게 만드는 각종 법안을 내놓고 있는 탓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행동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에게 삼성 경영권을 내려 놓으라고 압박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시행을 예고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과 여당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그 중심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에선 그룹 계열사 간 출자를 자본적정성평가 때 배제하도록 한다. 이 경우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출자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출자 등이 전부 또는 일부 ‘적격자본’에서 빠진다. 그러면 삼성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허용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취득원가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가치는 현재 시장가격에 맞춰진다. 이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20조 원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

일단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은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권을 뒤흔들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의 지분율은 20.21%에서 14.94%로 줄어든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53%에 이른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6년 고작 0.62%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한 뒤 현금 배당을 연간 10조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관철한 것처럼 끊임없이 경영 간섭에 나설 수 있다. 최근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추진하고 있다.

금산분리 시나리오 가운데, 최근 유력하게 떠올랐던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사 오는 방안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목을 잡고 있다. A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가치가 A회사 총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A 회사를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하는 내용이다. 지주회사가 되면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주회사 삼성물산(전자 지분율 4.65%)은 자회사인 삼성전자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50조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국회 논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165조 3이 통과할 경우 삼성전자가 삼성생명으로부터 직접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수 있다. 이 법안은 현행법상 상장 법인은 증권시장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만 자사주 취득이 가능했는데, 특정인에게서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삼성전자 지배권이 흔들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처럼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밝히면서 보유한 자사주의 전량소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자사주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지주회사나 대주주가 사업회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전량을 매각하지 않고, 꾸준히 낮춰가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율을 일정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부의 삼성을 향한 압박도 어느 정도 누그러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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