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유가, 원자재, 곡물가격 급등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수직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환경과 노동자들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 각 기업들의 임금단체협상은 이번 총선 이후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단협은 재계와 노동계의 견해차가 커서 격한 '춘투'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올해 적정 임금조정률을 2.6% 인상으로 하되 고임 대기업의 임금은 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08년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확정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한국 노동생산성이 최고 수준이나 임금상승률은 이에 못미치고 있고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8%대의 인상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총은 회원사인 각 기업들에게 민주노총도 산별노조들에게 임단협 방향으로 권고하고 있다. 올해 각 기업들의 임단협과 관련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 재계, 악화된 경영환경 임금인상 억제만이 살길
해마다 기업들의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경총은 지난해에는 임금인상률로 2.4%를 권고하면서 대졸초임과 고임대기업의 임금은 동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역시 고임 대기업 동결 그외 기업은 2.6%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총의 임금 조정 제시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매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봉급자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려 한다는 점에서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총의 이같은 방침은 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과, 달러화 약세, 그리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인플레 압력을 받고 있는데다 대내적으로도 기업의 설비투자와 소비 부진이 한꺼번에 겹쳐 무척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년 이상 지속되었던 세계경제의 호황이 끝났고 20여년간 지속된 임금상승이 저성장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논거다.
경총 관계자는 "물가상승분 보전을 위해 고율 임금상승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다시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근로자의 실질소득과 기업의 경쟁력이 동반 하락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시대를 맞아 임금상승을 통한 근로조건은 한계를 맞아 이제는 고용안정으로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경총은 사후적 임금 결정체계로의 전환도 강조했다. 경총 관계자는 "생산성, 지불능력보다는 노사간 교섭에 의해 획일적·집단적으로 결정되는 현행 임금결정 체계를 바꾸지 않고서는 고질적인 고임금 구조에서 탈피하기 어렵다. 성과배분제도의 활성화, 상여금 기능 재정비 등을 통한 사후적 임금결정체계로 전환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정기 승급제 폐지와 함께 최저임금은 앞으로 몇 년간 동결돼야 한다는 것도 경총 입장이다.
◆ 노동계. 생산성에 비해 임금인상률 낮다
이러한 경총의 방향 제시에 대해 민주노총은 8%인상이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미국노동통계국발표를 근거로 한국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세계최고수준이나 임금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월말에 발표된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06년 현재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0.8%로 미국 포함 총 16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세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생산성도 8.8%로 가장 높으며 제조업 생산성도 8.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생산성에 견주어 임금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생산성과 임금인상률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인 단위노동비용에서는 2006년 현재 -3.6%로 전년도에 견주어 하락해 16개 국가 중 15위에 머물렀다. 미국달러로 환산할 경우 3.5%로 나타나 캐나다(9.0%), 호주(4.1%), 영국(3.6%)에 이어 4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0~2006년 시간당생산성(7.7%), 1인당생산성(6.5%), 제조업생산성(8.4%)에 비해서도 시간당임금(7.7%), 연평균임금 인상률(6.5%)이 낮았다. 그 결과 같은 기간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0.1%로 선진국과 비교해도 7위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일본이 한국보다 생산성은 높고 임금인상률은 낮을 것이라는 예단은 통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연평균임금 인상률은 5.3%로 한국(5.0%)보다 높으며 단위노동비용(-3.2%)도 한국(-3.6%)보다 높았다.
한편, 우리나라 노동시간 증감률은 -2.1%로 나타나 영국(-2.9%)에 이어 2위, 연간 노동시간은 -1.7%로 1위로 나타났음. 제조업 고용증감률은 -0.4%로 7위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재계가 해마다 우리나라의 임금인상 수준이 노동생산성을 웃돌아 과도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간과한 채 시간당 임금비용 증가율만 세계 최고라고 밝히며 현실을 호도하며 임금억제논리로 사용하려는 의도다. 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인상률을 국제비교한 결과 재계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 서민생활 악화 고용확대 소득증가 선순환구조 우선돼야
대내외 환경 변화로 도처에서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각 기업들의 본격적인 임단협은 총선이후에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경총의 방향대로 고임금의 대기업들이 3월 한달간 임금동결에 합의하는 사례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사가 임금동결을 합의했다. 특히 LG전자는 대기업 중 올해 처음 임금 동결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2224억원의 당기순이익(전년비 411% 증가)을 올리는 괄목할 실적을 올렸지만 대내외 적인 악재를 감안해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대외에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금호석유화학 노사는 올해 임금 교섭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사측에 위임하기로 합의했다. 대한항공, 코오롱, 성신양회 등도 2008년 임금 동결에 노사간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만도, 동양실리콘, 알리안츠생명 등 일부업체에서는 벌써부터 임금과 관련 파업이 발생했다.
올 춘투의 향방을 가늠할 자동차업계의 임단협도 아직은 미지수다. 현대차노사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년 전보다 서민들의 생활환경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노사협력에 앞서 고용확대와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우선돼야한다"고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