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성범죄 방조 처벌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화 근절돼야

입력 2018-04-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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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실상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투 운동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일상적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 파문에서 시작됐다.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할리우드의 거물 와인스틴은 수십 년간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성적 욕구를 채워왔다. 소셜 미디어에 그의 성범죄 행위를 비난하는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Metoo’ 해시태그가 달린 것이 미투 운동의 시초가 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 검찰청 내부 성추행이 폭로되면서 미투 운동이 확산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단순히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의 문제가 아닌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화에 대한 저항이다. 권력을 수단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비뚤어진 욕망과, 이것을 용인하고 묵인해왔던 사회에 대한 저항이 미투 운동으로 분출된 것이다.

국내에서 미투 운동을 통해 폭로된 다양한 형태의 ‘갑질 성범죄’에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함으로써 방조하거나 사건을 은폐하고 무마시키고자 했던 제2의 가해자, 즉 방조자들이 등장한다. 추악한 성범죄가 오랜 시간 은폐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 그런데 방조자들 또한 권력 관계망 속에서 갑질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형태의 약자인 측면도 있다.

현행법상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사항 및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 대책은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조치 사항 및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 대책이 포괄적으로 제시돼 있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그래서 지난 2일 직장 내 성추행·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국가기관 등의 장과 사업주에게 사실 확인을 위한 즉각적인 수사기관 신고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직장 내 성범죄 방조 처벌법)을 발의했다. 성범죄 사실을 방조하거나 은폐하지 못하도록 범죄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신고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 18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올 1분기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센터’와 ‘여성 긴급전화 1366’의 피해 상담자가 총 1만13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42명보다 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운동에 힘입어 성폭력 피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 ‘펜스룰’(직장의 업무나 회식 등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이 번지는 현상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펜스룰은 미투 운동의 본질인 권력의 상하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행위이자 미투 운동을 성별 문제로 국한해 바라보는 왜곡된 관점에서 비롯된다.

‘직장 내 성범죄 방조 처벌법’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성범죄와 갑질 폭력을 방조하지 말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기대하며 만든 법안이다. 법안 통과와 함께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갑질 문화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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