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제조업체인 A사는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가격 할인 행위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불합리한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고객들이 A사 제품을 정상가로 판매하는 B 대리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정보를 얻은 후 실제 구매는 할인가로 판매하는 C 대리점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A사는 대리점에 자신이 정한 온라인 최저판매가격을 통보한 다음 가격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계약서에 최저판매가격 유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하였습니다.
이러한 A사의 행위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경영상 조치로서 허용될 수 있을까요?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즉 거래 상대방에 대해 거래가격을 정해 그 가격대로 판매·제공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유통단계에서 판매업자 간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강제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고정지와 공급가격 인상 등 직접적 강제행위는 물론 재판매가격 유지를 위해 계약서에 계약해지 등 제재 조항을 규정하는 것만으로도 강제성이 인정된다고 봅니다.
다만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보유하고 상품·용역 판매에 따르는 위험을 부담하는 위탁매매의 경우, 위탁자가 판매가격을 지정해도 무방합니다.
또한,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일정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최고가격 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그렇다면 '최저가격 유지행위'의 경우는 어떨까요?
법원은 최저가격 유지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관련 시장에서의 상표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 시장에서 상표 간 경쟁이 활성화돼 있는지 △ 최저가격 유지행위로 인해 가격 외 서비스경쟁이 촉진되는지 △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용이해지는지 △ 소비자의 상품 선택을 다양화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증명할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습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일반일간신문'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작물이나 공정위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정한 상품도 예외적으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허용됩니다.
앞서 본 예외적 사유가 없는 한 거래 상대방에게 권장판매가격을 제시하는 행위 자체는 허용되지만, 권장판매가격 위반을 이유로 출고정지·계약해지 등 제재를 가하거나 가격 준수 여부를 재계약 결정 기준으로 삼는다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해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판매가격 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가하는 조항이 있는지, 명문 조항이 없더라도 관행적으로 공급가격 인상·출고정지 등 제재를 가할 여지는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법적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대리점과 판매가격을 협의한 과정 등 의사소통 내용을 가급적 문서로 보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