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미국인 신분으로 6년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질책이다. 항공법(항공사업법·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국내 항공사의 대표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김 장관이 뒤늦게 감사를 지시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8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조 전무가 외국 국적임에도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과 관련해 국토부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다. 조 전무는 1983년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로 성인이 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특히 국토부가 조 전무 재직 당시 2013년 3월 20일과 2016년 2월 18일 대표이사 변경건, 2013년 10월 8일 사업범위 변경 건에 대한 심사 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외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을 질타했다.
김 장관의 지시 하루 전인 17일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016년 9월 법이 개정되면서 항공사는 등기이사 변경 등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관련 자료를 국토부에 즉시 제출하게 바뀌었지만 그 이전에 대해서는 파악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 진에어는 2009년 8월 국토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고 2010년 3월 조 전무를 등기이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후 대표이사를 변경하고 화물운송사업 면허 변경을 신청, 국토부 인가를 받았다. 이에 국토부의 관리가 허술했거나 대한항공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국토부 감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조 전무가 이미 진에어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상태라 현시점에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조사를 해 문제가 있으면 법적·행정적인 제재를 하겠다고 했지만 조 전무와 진에어의 불법을 처벌하거나 징계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감사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계획을 밝혔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국토부 공무원만 징계를 받고 대한항공과 진에어, 조 전무는 쏙 빠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조 전무가 현재 대한항공에서 비등기임원을 맡으면서 사실상 경영진 역할을 하는 상황이라 법인등기부상 임원만 규제되는 현행법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를 피하고자 조 전무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비등기임원으로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전무는 실제로 대한항공 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사실상 경영진 노릇을 하고 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경우 조 전무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해도 형식적으로 비등기임원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