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의 사퇴로 포스코의 백년대계(百年大計) 신사업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급작스럽게 퇴장하면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선포한 신성장동력 사업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권 회장이 리튬에 이어 낙점한 바이오 사업은 벌써부터 전면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가 정권에 따라 CEO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지적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간 포스코의 사업은 CEO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아왔다. 정준양 전 회장의 경우 금융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직면한 위기를 사업 다각화로 모면하려 했다. 정 전 회장은 다양한 업체를 인수하며, 계열사 수를 늘려간 것이다.
그러나 권오준호(號)가 출범한 이후 포스코는 180도 달라졌다. ‘다이어트’에 집중하며 정 회장이 추진한 사업 다각화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권 회장은 부임하자마자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면서 계열사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권 회장은 실제로 부임 이후 4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71개였던 국내 계열사를 38개까지 줄였다.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축소했다.
권 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덕분에 포스코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이런 실적 호전을 기반으로 권 회장은 비철과 바이오를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모든 것이 공중에 뜨게 됐다.
비철 부문의 대표 격인 리튬 사업의 경우 ‘권오준 작품’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권 회장의 애착이 남달랐다. 지난해부터는 철강부문장직을 신설해 오인환 사장에게 철강 부문을 맡기고, 권 회장은 리튬 등 신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8명의 CEO가 급작스럽게 바뀔 때마다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며 “CEO의 임기가 정권에 따라 흔들리면서 회사는 일관성 있는 전략을 짤 수 없게 됐고, 직원들 사이에는 신사업도 어차피 바뀔 전략이라는 회의적 생각이 확산하며 ‘복지부동’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포스코의 바이오 산업은 추진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권 회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벤치마킹해 바이오산업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