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기반한 전자서명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블록체인에 기록된 전자적 문서, 파일, 정보 등이 법적 지위를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오세현 SK텔레콤 전무(블록체인 사업개발 유닛장)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주최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등록된 계약서와 전자서명과 같은 전자 기록물의 법적 효력을 보장하는 등 법ㆍ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은 지난해 광풍을 일으켰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의 핵심 기술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ㆍ초지능 사회를 주도할 유망 기술로 손꼽힌다.
블록체인은 비즈니스의 기본인 '신뢰'를 기술적인 방식으로 구현한다. 정보의 이해 당사자가 데이터를 공유해 위조하거나 변조할 수 없으며, 분산된 구조로 존재하기 때문에 악의적 공격이나 장애로부터 안전하다. 또 사전에 정의된 명령어에 의해 제3자가 중간자로 개입하지 않은 상태로 거래가 가능해 신뢰성이 보장된다.
오 전무는 "인증, 전자문서ㆍ전자서명, 지불(Payment), 추적(Tracking) 등과 같은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을 조합해 다양한 기업용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블록체인은 금융과 유통, 법, 회계, 정부 서비스와 같은 공공 분야로 기술 영역이 크게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20년 동안 전자서명 자리를 꿰차고 있던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보안과 투명성에 강점을 둔 블록체인 전자서명이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우월한 법적 지위를 내려놓도록 하는 취지의 ‘전자서명법 전부 개정안’이 이달 중 발효되면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는 공인인증서와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은 위변조 방지ㆍ검증, 암ㆍ복호화 접근, 권한 관리가 가능한 만큼 거래 절차를 단순화하고 '종이 없는 전자문서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블록체인 전자인증에 대한 법적 기반은 아직 미비하다.
오 전무는 “계약으로 인한 분쟁 발생에 대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등록된 계약서와 인증 서명에 대한 법적 효력이 인정돼야 한다”며 “공인전자서명 이외에 다른 전자 서명 수단을 날인으로 인정하는 법적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전반에 대한 규제 개선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오 전무는 “초기 기술 발전 단계에서는 시장 진입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ICO(암호화폐공개) 전면금지와 암호화폐 규제로 기술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면서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규제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대 KAIST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도 이날 기조발표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에 적용된 사례와 활용 동향에 대해 소개하고 향후 필요한 기술개발과 인재양성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보안성 강화, 합의 알고리즘, 안전한 지분증명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블록체인 설계를 위한 원천 기술 연구와 이를 활용하는 응용연구가 진행되는 것이 최근의 동향"이라며 "체계적인 석ㆍ박사급을 비롯한 전문 인력 양성과 공급이 이뤄져야 시장의 수요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창업활성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암호화폐를 받아 기업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 시장과 관련해서는 "ICO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활용도가 급증하는 추세"라면서 "그러나 투자자 보호에는 미흡해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증권 발행 형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