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작업환경보고서 정보공개 잇단 제동

입력 2018-04-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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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이달 19일과 20일로 예정됐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무기한 연기했다. 관계부처와 법원이 보고서 공개에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의 자문이나 관련 부처와의 조율도 없이 덜컥 핵심 기술이 담긴 보고서 공개를 결정한 고용부가 난감한 모습이다.

1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신청한 보고서 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행정심판위가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보고서 공개는 미뤄진다. 또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전문위원회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 핵심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30나노급 이하 D램과 낸드플래시 설계·공정·소자 기술 등이 국가 핵심 기술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고용부가 공개하겠다고 밝힌 2007~2017년까지의 보고서 중 2007~2008년 보고서에는 국가 핵심 기술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래된 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산업부의 판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작업환경보고서에는 공장의 구조와 공정 배치, 공정에 사용하는 화학제품의 이름, 화학물질의 월 사용량 등이 명시돼 있어 반도체 전문가들이 보면 삼성전자의 제조공정 프로세스와 핵심기술 등을 추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화학약품의 종류와 점도만 알아도 후발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자사의 반도체 수율(완성품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대구지방법원도 고용부 창원지청이 공개 결정을 한 삼성전자 구미공장 보고서 공개 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19일과 20일 각각 삼성전자 구미·온양공장과 기흥·화성·평택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를 30일 유예기간이 끝난 뒤 공개하기로 했다.

애초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근로자 유족에게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보고서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대전고법 판결을 근거로 기흥, 화성, 평택 반도체 공장의 보고서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또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등 당사자뿐 아니라 방송사 PD 등 제3자도 포함해 논란이 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행정심판과 함께 산업부에 국가 핵심기술 판단을 요청했다.

고용부는 국민권익위, 산업부, 법원이 잇따라 보고서 공개에 제동을 걸자 19일과 20일로 예정된 보고서 공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최종 공개 여부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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