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지만 관찰대상국 상태를 유지했다. 미국은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개입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오전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Foreign Exchange Policies of Major Trading Partners of the United States)를 발표했다. 미 재무장관은 종합무역법(1988년 제정)과 교역촉진법(2015년 제정)에 따라 매년 반기별로 주요 교역국의 경제ㆍ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교역촉진법상 심층분석대상국이나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기존 5개국(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에 인도를 추가한 6개 국가를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미국은 심층분석대상국 3개 요건 중 2개를 충족하거나, 대미(對美) 무역흑자 규모와 비중이 과다한 국가의 경우 여타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3개 요건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지난해 23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5.1%) 등 2개 요건을 충족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외환시장 개입은 GDP 대비 순매수 비중 0.6%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전년 대비 50억 달러 감소한 230억 달러로, 서비스수지를 포함할 경우 103억 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6년 GDP 대비 7.0%에서 지난해 5.1%로 줄어들었으며, 이는 서비스수지 적자에 주로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개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원화가 절상되는 상황에서 개입이 확대됐다고 적시했다. 이에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 여력(policy space)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대외불균형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 여타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인 사회지출(social spending) 확대가 소비 진작에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다른 관찰대상국을 보면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 요건 1개만 충족했으나, 지난해 3750억 달러(1위)로 과다한 규모가 지적됐다.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지난해 690억 달러)와 GDP 대비 경상흑자(4.0%) 등 2개 요건을 충족했다.
독일도 대미 무역흑자(지난해 640억 달러)와 GDP 대비 경상흑자(8.1%, 약 2990억 달러 규모로 1위) 요건에 부합했다. 인도는 대미 무역흑자(지난해 230억 달러)와 시장개입 요건(매수개입 규모 GDP 대비 2.2%)에 충족해 처음으로 포함됐다. 스위스의 경우 GDP 대비 경상흑자(9.8%)와 매수개입 규모(GDP 대비 6.6%) 등 2개 요건을 충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