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경영연구소 더 하우(THE HOW) 박선영 대표이사(44)는 현대의 대표적 경영 패러다임이 지식경영이라면 머지않아 영성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영성경영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말뿐이지 아직 정확한 개념과 방법을 완전하게 정립하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에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영성경영도 한국에서 태생한 것이 우리 기업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 대표가 영성경영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10년이 조금 넘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중견기업의 2세로 대학 졸업 후 부친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상품개발과 수출 상담을 맡았다. 그러나 이때만 사회 초년생 시절에 일반 샐러리맨들처럼 그냥 놀기 좋아는 ‘철부지’였다. 경쟁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기업에서 그저 편안하고 좋아하는 일만 골라하는 ‘애송이’였다. 이는 결국 자신을 나약한 패배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표이사까지 맡아서 했지만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회사를 떠났다.
특별한 영적 능력을 갖고 오랜 시간 수행한 ‘거사(居士)’를 만난 인연 때문이다. 이때부터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눈에 보일 정도로 모든 것이 변했다. ‘날’을 세우고, ‘각’을 세우고, 남에게 독설을 퍼붓기도 했던 철없던 그에게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 태어난 것이다. 개인 수양을 하면서 경영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책을 읽으며 기업 분석과 인간을 탐구했다.
“이때 느꼈죠. 회사를 경영하는 것보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리더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성교육을 통해 기업에 발전을 가져다는 주자는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박선영 대표가 하고자 하는 영성경영은 무엇일까.
-‘영성’이라는 용어가 조금 생소하다. 종교적인 의미인가
“아니다. 세상에는 영(靈)과 육(肉)이 공존한다. ‘귀신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영적인 존재에 대해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는 우주의 작은 부분인 지구, 그 지구에서도 한 구석에 살아가는 미미한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대부분 이를 부정한다. 우리는 현재 4차원의 세계에서 산다. 영성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구 자체를 포함해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말한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도 우주는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이는 우주 밖으로 나가서 봐야 한다. 하지만 나갈 길도, 돌아올 길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우주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려고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기업이나 사람에게 영성이 무엇 때문에 중요한가.
“이제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영성이 ‘기업을 살리는 시대’가 됐다. 그동안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논리성과 합리성을 추구해 왔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나 돌발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믿었던 과학기술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본래 우주와 본능적으로 교감하고 교류하는 능력이 있었다. 큰 지혜를 얻으면 안목이 높아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지혜롭게 살아가려면 영성회복이 관건이다.”
2004년 동남아시아에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했을 때 사상자는 20만 명이나 났지만 코끼리는 한 마리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남은 일이 있다. 인간이 잃어버린 본성 혹은 본능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영성학자들의 주장이다.
-영성경영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영성 회복을 통해 개개인의 영적 능력을 높여 기업경영에 적용하는 것이 영성경영이다. 미국의 현대경영학 창시자 피터 드러커도 ‘미국의 잘나가는 CEO들이 갑자기 추락하는 것은 기업 마인드, 영성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나. 변화무쌍한 기업환경에서 기업주가 원하는 대로 경영하기란 인간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성경영으로 매 순간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에 보다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판단을 한다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CEO도 문제지만 직원들이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직원들은 ‘급여’라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지만 일하는 것을 조직이나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일자리는 마련해준 회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조직문화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밀려나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고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고, 투자하고, 열정을 갖고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CEO는 어떤가
“직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스로 최고라는 생각에 머물러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CEO가 적지 않다. 짧은 지식이나 경험을 과신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지나간 성공의 집착에서 벗어나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연, 지연, 인연에 의한 인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신상필벌의 기준을 명확히 한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 특히 위기대처능력은 CEO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자신뿐 아니라 직원과 그의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 있으니까.”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기업이나 개인의 목표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보다 올바른 미래의 목표를 위한 과정의 일부인 셈이다. 삶은 여행과 같다. 여행지를 정해 놔야 가고자 하는 곳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집을 짓는 데 설계도면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중간에 난관이나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극복할 대상일 뿐이다.”
-영성경영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을 무엇인가.
“CEO나 직원들의 영성컨설팅의 필요성에 정확한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영성경영을 통해 성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는 물론 목표 지향적이고, 긍정적, 적극적, 진취적인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영성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박선영 대표는 골프도 잘한다. 집안에 골프장을 보유한 덕에 주니어 시절부터 골프를 배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성경영’을 연구하느라 필드에 뜸하다.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해 언제든지 70타대는 쉽게 그릴 수 있다.
프로골프 선수들도 종종 찾는다는 ‘더 하우’를 박선영 대표가 어떻게 기업과 상생하며 기업을 키울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