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끝 길어진 공정위… 중견그룹 ‘부당 내부거래’도 손본다

입력 2018-04-12 10:45 수정 2018-04-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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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 미만 SPC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조사 대기업에만 적용되던 ‘내부거래 규제’ 확산 여부 주목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자산 규모 5조 원 미만인 SPC그룹을 상대로 부당 내부거래 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대기업(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겨냥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규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중견그룹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9일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그룹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30명 안팎의 공정위 조사관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시장 가격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의 자산 규모는 3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를 받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규제 대상은 아니다.

다만, 자산 5조 원 미만인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7호(부당지원금지 규제)를 근거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법조항은 대기업집단이 아니더라도 계열사 간 시장 가격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실질적 역할이 없으면서 거래를 매개할 경우 공정위가 조사를 통해 제재가 가능하다.

만일 SPC그룹의 부당 지원 협의가 인정된다면 자산 5조 원 이하인 기업집단에서 내부거래를 제재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앞서 공정위는 자산 5조 원 이하인 삼양식품을 부당내부 거래행위로 제재를 가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한 전례가 있다.

공정위는 2014년 삼양식품이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실질적 역할이 없는 내츄럴삼양을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통행세’를 수취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하게 내츄럴삼양을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2400만 원을 부과했다.

삼양식품은 2008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류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거래 관행과는 다르게 내츄럴삼양을 거래단계에 끼워 넣어 70억2200만 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이후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대법원서 승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SPC그룹을 신호탄으로 중견그룹까지 부당 내부거래 행위 조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시각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만 적용되는 현행 규정을 개정해 중견기업들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금지 규제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지난해 6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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