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지정 후 삼성전자·현대차의 감사보수가 지표가 될 겁니다.”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리스크본부장은 11일 이투데이와 만나 감사인 지정제 전환 후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정감사에서는 자유계약 때보다 감사보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도 감사인 강제지정을 받는 기업들이 있지만 전체 상장사 중 10% 내외에 그치고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만 해당해 이들의 감사보수 상승이 일반 감사보수의 상승으로 연동되지 않았다.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 도입은 당장 생존이 걸린 중·소 회계법인뿐 아니라 이른바 ‘빅4’ 대형 회계법인에도 중요한 이슈다. 무한 경쟁체제에서 감사보수 덤핑 등의 문제로 현저히 낮아진 감사보수 평균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국면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이 본부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이 지정감사를 받으면서 감사보수를 높게 책정한다면 자유계약 시장의 가격도 곧바로 따라 올 것”이라며 “현재보다 50~10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배 이상 감사보수가 높아질 것으로 본 데는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의 영향도 크다. 개정된 외부감사법 시행 후 투입되는 감사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면 감사보수도 그와 비례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본부장은 감사시간 확대에도 감사 보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면 회계업계는 물론 자본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현재도 회계사들은 감사 시즌에 하루 평균 14시간 내외를 업무에 투입하고 있지만 지난해 시간당 감사보수 평균은 7만8000원에 불과하다.
이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을 적용해도 시간당 보수는 9만6000원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며 “감사보수가 오르지 않는 것은 시장에서 우리 감사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7만8000원’이라는 가격이 국내 기업의 재무제표 가치가 그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지난해 회계투명성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63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낮은 회계투명성은 투자자의 리스크 부담을 높여 기업의 이자비용을 키우고 주가 상승도 제한한다. 2010년 ‘회계투명성과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회계투명성 개선 시 주식시장 규모 확대 효과는 38조 원에 달하며 세후 이자비용만 15조 원 가까이 절감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IMD가 조사를 할 때 물어보는 질문은 ‘당신 회사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있습니까’ 딱 하나다. 이에 대한 답변이 63등이라는 것”이라며 “부실감사에 대한 처벌 강화와 업계 스스로의 자정 효과 등을 통해 수학적 공식이 아닌 사회과학적으로 감사보수 상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