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을 찾아서] 그대,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아는가

입력 2018-04-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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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미술의 영역은 넓고도 깊다. 저 아득한 선사시대부터 만들어진 유물 하나하나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선인들의 한없는 사랑과 깊은 미감이 녹아 있다. 그 수많은 유물 중심에는 기품 있는 서화와 도자기가 있고, 옛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토기에다 화려하고 섬세한 금속공예품이 있다. 노리개·비녀·자수 등 규방의 여인들이 몸치장에 사용했던 물건도 있다. 또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를 소망했던 민화(民畵)가 있고, 사방탁자 반닫이와 같이 조상들의 손때 묻은 목가구가 있다. 3000년이 더 된 것이 있는가 하면, 100년이 채 안 된 물건도 많다.

그런 물건들을 뭉뚱그려 우리는 ‘골동품’이라 부르기도 하고, ‘고미술품’이라고도 한다. ‘앤티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학술적으로 정해진 것도 없고, 딱히 한 가지 용어로 지칭하기도 힘들다. 일각에서는 미술활동의 소산인 미술품과 생활 생산활동의 소산인 민속품으로 대별하자고 한다. 미술(art)과 공예(craft)로 구분하자는 주장도 있다. 명칭과 장르 구분에서 분명하게 선을 긋기 힘든 것은 그만큼 우리 옛 물건의 영역이나 가짓수가 다양하고 미학적인 해석이 풍부함을 의미한다.

참고로 고미술품과 유사한 개념인 ‘앤티크’는 라틴어의 ‘antiquus’에서 유래했다. 어원 그대로 ‘오래된 물건’ 정도의 의미이다. 다만 한국·중국·일본에서 쓰는 골동(중국에서는 ‘고완(古玩)’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이라는 말에는 미술, 공예의 의미가 많이 들어가 있고, 서양의 앤티크는 가구나 그릇 등 생활용품의 의미가 강하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고미술품을 수집하거나 관련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 가치와 잠재력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마침내 때가 되어 에너지가 분출하기 시작했다고도 하고, 작금(昨今)의 한류 바람을 그 연장선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참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들이 뭔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아쉬움으로, 낭패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우리 고미술에 대한 그런 느낌이나 생각은 그 미학적인 상징성에 대한 갈증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나의 그런 갈증을 아는 듯, 고미술의 아름다움은 손에 잡힐 듯 경이로운 존재로 그 실체를 나타내다가도 정신차려 보면 신기루처럼,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고 없으니….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 여인 같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누구는 그것을 ‘골동’이라 폄훼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집가들의 취미 영역으로 치부하지만, 조금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날 우리 주변의 물건들에 구현된 색채미나 형태미가 고미술의 조형성과 미감에 맥이 닿아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문화 현상에서 정신과 전통은 그 자체가 역사성을 갖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이 시대 문화를 생육하고 또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토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고미술의 미학적인 전통 또는 그 조형성에 대한 관심은 그것에 담긴 한국 미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잠재된 힘을 발굴하여 21세기 문예 부흥의 토대로 삼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 그 힘과 에너지, 눈에 익어 있고 몸에 배어 있으되 정작 우리 자신들은 모르고 있는 느낌이나 율동 같은 것. 그래서 나는 지금껏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딱딱한 서술이 아닌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내려고 애써왔다.

이제는 거기에다 컬렉션 이야기를 섞어 시간의 강 저편의 옛사람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려 한다.

김치호 평론가는,,

1954년 경남 밀양 출생.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졸. 미 아이오와주립대 경제학박사. 한국은행에서 거시경제변동, 통화정책 관련 연구 수행. 정리금융공사 사장,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역임. 저서 ‘한국의 거시경제 패러다임’, ‘고미술의 유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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