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9일 재판에 넘겨졌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법정에 서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조세·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에도 '다스는 MB것'
검찰은 기소 단계에서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이라고 결론 내렸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을 '종잣돈' 삼아 설립부터 경영까지 이 전 대통령 손을 거쳤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1987년 다스를 설립한 이 전 대통령은 김성우 당시 사장을 통해 경영현황 등을 꾸준히 보고받았다. 다스가 영업이익을 내자 1994년 1월~2006년 3월 분식회계를 저질러 총 339억 원 상당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재산관리인이던 처남 김재정 씨를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에게 건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돈을 정치·선거자금, 사조직 사무실 운영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밖에 다스 법인카드로 여행경비 병원비로 사용하는 등 비자금을 포함해 총 350억 원 상당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리직원 조모 씨가 빼돌린 회삿돈 120억 원을 몰래 회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31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 법무비서관실 등을 동원해 다스 소송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챙겼다. 김 전 기획관 등에게 김재정 씨 사망 이후 차명 소유하던 재산을 청계재단을 설립해 상속세 부담 없이 회수할 방안을 검토하게 한 혐의도 있다.
◇뇌물 혐의액만 120억 원..."사적으로 소비"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전후로 받은 뇌물 수수 금액만 총 120억 원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삼성그룹에서 받은 다스 BBK 투자금 반환 소송 비용 585만 달러(약 67억700만 원)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이 소송을 직접 챙겼던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패소하자 미국 유명 로펌인 '에이킨 검프'에 항소심 재판을 맡겼다.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해당 로펌의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소송비 대납을 요구했다. 이건희 회장도 이를 보고받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대가로 당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이 2009년 12월 31일 '원포인트' 사면되는 등 혜택을 누렸다고 검찰은 봤다.
이 전 대통령은 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을 통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총 7억여 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이밖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성동조선해양(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지광 스님(3억 원) 등에게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 돈을 선거자금과 차명재산 관리비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기록물 총 3402건을 자신이 소유한 영포빌딩에 몰래 빼돌려 숨긴 것도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청 등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를 사찰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될 경우 법적·정치적 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한 이 전 대통령 측이 이를 숨겼다고 봤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재산을 추적, 몰수·추징보전해 범죄수익을 돌려받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아들 이시형 씨와 아내 김윤옥 여사 등 친인척과 측근 등도 추가 수사를 통해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