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경제동향 4월호에서 “광공업생산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생산 관련 지표의 개선 추세가 제한적이고 설비투자의 양호한 흐름이 점차 약화하는 가운데 건설 투자가 낮은 증가율을 기록해 투자 관련 지표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 투자는 건설기성이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건설 수주 등 선행지표 감소세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 준공물량이 5만2000호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지만 주택 착공물량은 2만5000호로 전년 대비 32.1%나 감소했다. 또 주택 인허가도 12.5% 감소하고 있어 향후 건설기성은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4조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70억 원에 불과하는 등 현 정부의 SOC 구조조정도 건설 투자에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8대 국내 주력산업은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8일 발표한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와 활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2015년 4위로 중국(3위)에 추월당했다. CIP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표로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수출 지표,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등 제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2009∼2014년 4위를 유지하다가 2015년 5위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2008년까지 겨우 10위권을 지키가, 2009년 6위, 2012년 5위에 이어 2015년엔 두 계단 더 상승해 한국을 앞질렀다. 주력산업의 위기 원인은 경제·산업 구조의 낙후성, 만성적 글로벌 수요 부족 등이 꼽힌다.
호황 국면이 끝나가는 반도체 산업도 한국 경제의 위기 신호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발표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6년 하반기 시작된 D램 주도 호황 국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점진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외에 가트너, 산업연구원, LG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수출의 17.0%를 차지하는 등 한국 경제의 핵심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경제정책이 산업 활성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만성적 수요 부족에 대응해 구조조정 시스템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