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온전략을 구사하며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승기를 쥐려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방법이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는 어떤 무역 분쟁이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밝히며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결국 중국의 무역 장벽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혜세와 지식재산권에 대해 거래를 성사시킬 것”이라며 “두 나라의 위대한 미래!”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의지를 내비친 것은 강온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5일 1000억 달러(약 106조9000억 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미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중국과 갈등 국면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뒤 트럼프는 사흘 만에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주말 사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므누신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다. 커들로는 “몇 달 내 중국과 진중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을 다시 구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일본을 상대로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단행했다.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산 반도체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일본의 반도체 시장을 개방하고 철강 등 기타 제품 수입을 확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시의 일본과 지금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거대한 민족국가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군대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 미국에 의존해야 했다. 경제전략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일본을 상대로 단행했던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효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일본과 전혀 다른 성격인 중국에 그런 방법이 다시 통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달리 당시 일본은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일절 보복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보복하겠다는 위협조차 없었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일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레이건 행정부 때 일본과의 무역 마찰은 오히려 일본에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자동차와 전자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계기가 됐고, 이 업체들은 오늘날까지 수십만 명의 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은 지금까지 여전히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 비슷한 전략을 취하기도 어렵다. 미국이 중국기업의 자국 투자에 강한 경계심을 갖고 견제하기 때문. 리서치 업체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대미국 투자는 지난해 290억 달러로, 전년보다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본과의 협상을 전담한 미키 칸도르 전 USTR 대표는 “목표와 전략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가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행정부 인사들은 무역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은 국내 여론뿐 아니라 중국과의 신뢰 면에서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