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원유’ 데이터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은 과감한 규제완화와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공 분야 수요를 마중물 삼아 클라우드 경쟁력을 키우려는 업계에 부처가 엇박자를 내는가 하면,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는 개인정보 관련 ‘규제의 덫’을 제거하자는 논의는 인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한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유영민 장관은 데이터 전문기업 CJ올리브네트웍스를 방문, 데이터 전문기업들과 ‘데이터 산업 혁신 성장 방안 간담회’를 가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자본인 데이터 기반 혁신 성장을 위해 데이터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개인정보 등 관련 규제와 양질의 공공·민간 데이터 개방 부족으로 인해 데이터 활용과 사업화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 인력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만큼 정부에서 데이터 산업의 기반 확충을 위해 더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업계의 호소처럼 데이터 산업 현장에서 직면한 규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규제 개선 방안을 둘러싼 부처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 간 ‘동상이몽’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3일과 4일 이틀간 ‘제3차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을 열어 공공분야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를 위한 등급 분류체계 가이드라인 개정을 논의했지만 업계 입장에 선 과기정통부와 달리 행정안전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여 가이드라인 개정 여부와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클라우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지능정보기술 활용을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다. 과기정통부는 2015년 제정된 클라우드컴퓨팅발전법 시행 이후 지속적인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도입을 추진했지만 현행 정보등급 체계에선 클라우드 활용 범위가 협소하고, 정보 등급 판단 기준이 모호해 현장 이용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업계는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관할하는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클라우드 전문업체 관계자는 “부처별로 이용 가능한 정보등급체계가 달라 개발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부처 간 일관되고 합의된 가이드라인이 빨리 마련돼 업계의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활용 규제 완화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기업들의 의견도 여전히 갈렸다. 4차산업위 해커톤에서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끝장토론 끝에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를 상업적 용도의 통계에 이용하거나 산업적 목적의 학술·연구에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지만 개인정보 데이터 결합에 대해선 시민단체가 개인정보 재식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