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잘한 협상’이라고 내세운 한· 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통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꺼리면서 나온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 타결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갈등 요인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아주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동차 수출과 농업을 지켜내고 철강 관세부과 면제 등을 끌어내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추고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다”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FTA 체결은 제조업·수출 대기업은 이득을 보고, 농가는 시장 개방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우리 민감 분야인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지켜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더욱이 철강 협상과 연계해 한국산 철강 수출량을 제한하는 대신 철강 관세 면제 7개국에 포함되는 성과를 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의 명분을 살려줄 수 있는 픽업트럭(화물자동차) 관세 폐지 연기, 자동차의 안전 및 환경 기준 완화 등을 양보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쳤다. 한·미 FTA를 비판하는 측에서 줄곧 주장해 온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보완도 얻어냈다.
다만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 보완에 합의한 것은 흠결로 지적된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혁신 신약의 혁신성 가치를 인정해 주면 약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 보험 수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정부의 발표를 큰 틀에서 보면 명분은 주고 실리를 얻어 미국의 통상 압박에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분야의 미래 기대이익이 다소 줄어들 순 있으나 안보 문제를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방어하는 협상이었음에도 이 정도면 굉장히 잘한 것”이라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개인 능력과 대통령이 협상 전권을 본부장에게 일임한 부분이 빛을 발했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전문가들은 쉽사리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는 반면 양보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개를 안 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공개한 것은 김 본부장의 협상 결과 브리핑이 전부다. 정부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개정협상 성과 중 하나로 ‘환율 합의’를 꼽으면서 우리 정부가 ‘이면합의’를 해놓고 숨긴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김 본부장이 얘기한 것 외에 너무 정보가 없고 알려지지 않으니 평가를 하기 어렵다. 최종적인 결과물을 봐야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