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행복 테크닉 과잉시대, 행복하신가요?

입력 2018-04-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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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온라인뉴스부장

문제) 지금 당신의 눈앞에 현금 4000원이 있다. 어떻게 쓰고 싶은가?

①‘아몰랑’ 하면서 당장 스타벅스 라떼 한 잔을 사 먹는다. ②일단 안 쓰고 어디에 쓸지를 심사숙고한다. ③매일 4개월 동안 라떼 한 잔 값을 저축해서 해외여행을 떠난다. ④매일 30년 동안 복리로 투자해서 2억 원을 만든다.

‘2018 대한민국 트렌드’에 나온 일부분이다. 물론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이 얘기하고 싶은 건 한국의 트렌드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적어도 ‘티끌 모아 태산’을 강조하는 ④번은 아니라는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라떼 효과’라는 이름으로 소액장기투자를 권하는 ‘장밋빛 그림’이었지만.

①번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小確幸)’이다. 커피 한 잔의 행복,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자는. 작년 말 ‘2018년 트렌드’로 지목된 이후 확실히 여기저기서 ‘소확행’ 바람이다. ‘라떼 효과’에서 ‘라떼 행복’으로의 이동이다.

최근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영화 ‘소공녀’를 보러 가서도 확실히 절감할 수 있었다. 가사도우미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여주인공은 노숙 신세가 될지언정 담배와 위스키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주의이다. ‘소확행’의 관점에서 보면 담배와 위스키는 그녀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2월 초 한 취업포털 업체가 구직자 4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 키워드’로 ‘소확행(51.8%)’이 꼽혔다. 10명 중 7명(75.1%)은 ‘소확행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지금 현재 누릴 수 있는 자그마한 일들에 집중해야 행복할 수 있음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같이 이뤄진 조사에서 이들 대다수는 ‘현재 행복하지 않다(82%)’고 답했다. 이 무슨 모순이람.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는데 행복하지 않다니.

비단 직업이 없는 구직자들 얘기만이 아니다. 지난달 발표된 ‘유엔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 순위는 세계 57위다. 최근 몇 년간 침체 분위기이긴 하지만, 경제수준을 고려한 국가경쟁력 순위가 26위임을 생각하면 ‘먹고살 만한데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는 연구대상감이다.

‘소확행’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른다. 앞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으니까. 웰빙이나 힐링, 워라밸, 미니멀리즘, 욜로, 휘게 등 처럼. 이렇게 살면 행복해지고 잘살게 될 것이라고 얼마나 떠들썩한지. 이렇듯 행복에 대한 지침이나 테크닉은 넘쳐나는데, 왜 우리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가.

앞서 ‘소공녀’의 주인공을 다시 보자. 결코 ‘소소하지 않은’ 출혈(담배와 위스키) 때문에 세상은 그녀를 삐딱하게 본다. 본인이 좋다는데 염치없다는 소리나 듣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취향을 묵살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각자가 자기 인생의 ‘갑’이 될 수 없는 한국적인 상황이 빚어낸 아이러니이다.

행복학자로 유명한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행복의 기원’에서 “한국인들은 집단주의의 잔재인 타인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 교수는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타인을 의식하다 보면 (행복은) 스스로 경험하는 것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왜곡된다”고 밝혔다. 남을 의식하다 보면 피곤해지고 ‘돈돈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행복이란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처럼 유행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소확행’이든, ‘욜로’든 연연하지 말고 각각 자신을 따라가라. 누군가에게는 잘 곳이 없어도 지금 위스키 한 잔 마시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라떼 한 잔을 참으며 여행 갈 꿈을 꾸는 게 행복일 수 있다.

행복 테크닉은 무시하라. 눈치 보지 말고 욕망에 충실하라. 당신이 행복해야 사회도 행복하다.queeni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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