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1% 증가한 515억8000만 달러다. 2016년 11월부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 중 5분의 1가량을 반도체 수출이 차지했다. 3월 반도체 수출액이 108억 달러로 월별 최대 실적을 냈다. 단일 품목이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대 수출 주력 품목 중 컴퓨터(62.5% 증가), 반도체(44.2%), 철강(6.3%) 등 7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일반기계도 47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고, 석유화학 수출은 4개월 연속 4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선박(-31%), 가전(-22%), 무선통신기기(-15.5%), 자동차부품(-11.1%) 등 6개 품목의 수출은 줄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아세안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중국(16.6% 증가)과 아세안(2.2%) 수출은 역대 3월 수출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강한 대미국 수출은 1.0% 감소했다. 3월 수입은 447억2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68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7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증가세에 대해 “제조업 경기 호조에 따른 교역 증가와 정보기술(IT) 경기 호황 지속, 유가 및 주력 품목 단가 상승 영향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출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앞으로 수입 규제 확대, 미·중 통상 갈등 우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환율 변동성 심화, 신흥국 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향후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4월에는 전년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한국GM 사태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2분기 수출이 한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중 관세 부과로 인해 2분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확대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2분기 수출이 우리의 예상과 달리 부정적 기저효과에다 세계 교역 위축의 영향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에 따르면 수출 기업들은 2분기 예상되는 주요 수출 애로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19.8%)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13.9%)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13.5%) 등을 꼽았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수출 증가세는 이어지겠지만 수출 불안 요인도 병존한다”라면서 “수출 채산성 악화, 통상 마찰 심화 등 어려운 무역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수출 기업과 정부, 관련 기관의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