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하나은행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합병 전 하나은행 노동조합원 최모 씨의 해고는 무효가 된다.
하나은행은 2015년 9월 한국외환은행과 합병했다. 2007년부터 합병 전 하나은행 노조 위원장을 연임해온 김창근 위원장은 2016년 3월 사내 메일을 통해 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을 벌이는 조합원을 비난하는 글을 공유했다.
메일을 본 소송 당사자 최 씨는 "노사정 협의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임금피크제'를 법적인 권한도 없는 노조 집행부가 기습적으로 합의했다"며 "김 위원장은 임기연장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초법적인 초유의 폭거로 임기를 연장하고, 집행부를 무단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답장을 임직원 1만 1587명에게 보냈다.
그러자 회사는 허위사실 유포, 직원 선동 및 복무자세 위반 등을 이유로 최 씨를 해고했다. 사내 메일을 사적 용도로 이용한 점도 징계사유에 포함됐다. 이에 불복해 노동위원회를 찾은 최 씨가 징계가 지나치다는 판단을 받자, 사측은 소송을 냈다.
사측은 "하나은행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다른 은행이 도입한 임금피크제보다 근로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며 "최 씨가 통합은행 출범 후 오는 혼란스러운 근무 분위기를 틈타 은행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내용의 무단 스팸매일을 36차례에 걸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 2심 모두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씨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전송하면서 김 위원장의 신용과 명예를 훼손시키고 회사 내부 질서를 일정 부분 어지럽혔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실 없이 단순히 '타행보다 불이익한 임금피크제'라는 주관적인 평가만을 했을 뿐인 바 이를 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해고 이외에 정직이나 감봉과 같은 다른 징계수단을 통해서도 임직원들에게 은행 내부전산망인 그룹포탈을 업무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충분히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심 역시 "사측이 항소하면서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1심에서 이미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바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