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중국중앙(CC)TV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갖고 북중 친선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관리 문제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들 매체는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해 두 나라의 단결과 협력을 굳건히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뜻깊은 첫 상봉을 하게 된 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며 “두 나라 노세대 영도자들께서 마련해주시고 강화·발전시켜오신 조중 친선의 귀중한 전통을 계승하여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놓으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첫 해외 방문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환영한다면서 “중국과 북한 간의 친선을 중시하고 끊임없이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공산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며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화답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이 편리한 시기에 방북을 초청했으며 시 주석은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표명했다. CCTV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고 평화적인 대화를 제의했다”면서 “우리는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가 선의로 우리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과 전략 소통을 강화하고 대화 추세와 한반도 평화 안정을 함께 지키기를 희망한다”며 ‘차이나 패싱’에 대한 불안을 해소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회담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 왕후닝 상무위원이 배석했으며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함께 했다. 방중단에는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주요 인사가 포함됐다.
주요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깜짝 방중에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차이나 패싱을 원하지 않는 시 주석과 미국과의 협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중국의 후원을 원하는 김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중국 측이 북한과의 결속을 강조하고자 김 위원장의 방북을 강력히 추진했다고 추정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존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등 참모진을 대북 강경파로 채우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탈출구로 삼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북한을 놓고 외교적으로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정은의 방문을 통해 중국은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방문은 김 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때 이용한 특별열차, 이른바 ‘1호 열차’와 비슷한 외관의 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