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애플펜슬을 지원하는 신형 저가 아이패드를 공개했다. 교육용 PC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저가형 태블릿 ‘크롬북’과의 경쟁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플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레인테크칼리지프렙고등학교에서 행사를 열고 신형 아이패드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아이패드 프로’에서만 지원됐던 애플펜슬이 지원되는 게 특징이다. 일반 소비자가는 329달러(약 35만 원)이며 학교에서 구매하면 1% 할인된 299달러에 제공한다. 애플펜슬은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 역시 소비자 가격은 99달러, 교육용은 89달러다. 1차 출시국은 미국을 포함한 독일 프랑스 중국 영국 홍콩 일본 등 25개국이다.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신형 아이패드가 애플펜슬을 사용해 문서 앱에서 필기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교육활동에 유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강현실(AR) 앱으로 개구리를 해부하는 시연도 했다. 애플은 학생들을 위해 클라우드 저장 용량을 5기가바이트(GB)에서 200GB로 늘렸다. 교사를 위한 앱도 소개됐다. ‘스쿨워크’라는 앱을 사용하면 교사가 학생의 과제물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기술과 교양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있다”며 “애플펜슬을 사용하거나 AR 앱과의 친화성을 강화하는 등 이번 신제품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창의력을 증폭하게 만든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플은 통상적으로 캘리포니아주 밖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날 애플이 중서부 고등학교에서 신형 아이패드를 발표한 것은 교육시장에 대한 야심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퓨처소스컨설팅의 벤 데이비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코딩, 디자인 등 진화된 교육에 애플이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단했다.
태블릿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애플은 교육용 기기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작년 태블릿PC 시장 규모가 출하량 기준으로 2016년 대비 6.3% 줄어든 1억6380만 대였다고 밝혔다. 작년 애플의 태블릿PC 출하량은 정점을 찍었던 2013년에 비교해 약 60%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 내 전체 학교에서 쓰인 태블릿PC 기기는 54억 달러어치였고 이 중 애플 제품은 21억 달러에 달했다. 구글은 19억500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는 13억50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애플 제품의 가격이 비싼 탓에 금액상으로만 구글에 앞서는 것이다. 수량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구글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작년 미국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쓰인 1240만 개의 태블릿PC와 노트북 중 구글 제품은 5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2012년 구글 제품의 비중이 거의 미약했던 데 비해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애플의 아이패드와 맥북의 점유율은 50%에서 22%로 밀렸다.
구글의 크롬북은 학교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각 학교에서 대량 보급됐다. 크롬북에 설치된 교육용 앱 ‘구글 클래스룸’도 특장점이다. 이 앱은 각종 자료 업로드, 과제 제출, 시험 등 교사들이 준비해야 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이날 아마존도 학생들에게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있는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IDC의 린 후앙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아마존 등 IT 업체들은 고객이 어릴 때부터 자사 제품을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