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전문가는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 무역 전쟁을 ‘승자가 없는 게임’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두 나라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며 양국 외에 다른 나라들에도 부수적인 피해를 안길 것이라는 논리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피해로 202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4700억 달러(약 507조8350억 원)를 증발케 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 매체 비즈니스스탠드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600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양국이 받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의 피터 후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산업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지만, 그것이 경기 침체를 유도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무디스애널리스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은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히겠지만, 양국 모두에서 경기 침체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0.9% 정도가 증발할 것으로 보이지만 통화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방코빌바오비스카야아르헨타리아의 시아 리 수석 아시아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미국은 어느 정도의 무역 전쟁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경제 상황이 좋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2000년대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자정 이후에 발효될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행정명령도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진 않을 전망이다. 애초 중국은 미국의 주요 철강 수입국이 아니었다. 미국은 작년에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철강을 수입했고, 그 뒤를 브라질, 한국, 멕시코, 러시아 등이었다. 미국이 작년에 한국에서 수입한 철강 규모는 27억8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중국산은 9억9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이 전날 대중국 관세 패키지를 발표한 가운데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에 최소 5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이 곧바로 내놓은 대응책은 30억 달러에 그쳤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으로 수출된 미국산 제품은 1156억 달러 규모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빼 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됐으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부과한 관세 규모를 고려하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알렉스 카프리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수석 연구원은 “중국의 행보는 협상을 위한 신호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이톈카이 미국 주재 중국 대사는 성명에서 “중국은 무역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중국은 누구와도 무역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도 말했다.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를 놓고 “협상 전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맥쿼리증권의 래리 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외국 기업들이 서비스 산업 부분에서 당면했던 규제들을 풀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