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과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미투 운동’과 관련한 현안을 들어봤다. 아울러,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의 전략과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 등에 대해 얘기했다.
피해자들, 큰 용기로 커밍아웃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의식 부족… 심각성 인식해야” = 이 의원은 2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파문을 던진 ‘미투 운동’의 원인에 대해 “사실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존중하는 사회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성폭력이나 성폭행, 성희롱을 당했더라도 그간 우리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피해자가 말을 못 하고 눈치를 보는 그런 분위기였다”며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참고 있다가 지금 용기를 내 커밍아웃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의식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여성을 뭔가 성의 대상으로만 보고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그런 뿌리 깊은 의식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며 “더욱이 정치권이나 사회 지도자층에서 이것(성폭력)이 권력 관계로 가면 갈수록 더욱 심화하는 것이므로 리더층이 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각이 필요하다. 결국, 인간 존엄의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내 ‘미투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관련 간담회를 지속해서 개최하고, 성폭력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이윤택 방지법’ 등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본인이 직장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불합리한 경험을 사례로 들어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고, 워킹맘으로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그런 불편함을 많이 겪었다”며 “항상 회식을 하면 남성 중심사회에서 2차를 가는 것은 여성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미투 운동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내가 먼저 힘이 돼 줘야겠다고 느꼈다”며 “이것이 제도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고, 또 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유년기부터 성평등 교육 실시해야
이 의원은 본인의 경험을 살려 이 같은 사회 흐름이 직장 내 ‘유리천장’ 혁파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사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라도 (성 평등 문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기업 내 유리천장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반대로) 남성에게만 전가된 의무들이 있는데 그만큼 여성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서로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해 이 의원은 권력형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 평등 교육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성적으로 호기심을 상대방에게 갖는 부분과 별개로, 인간으로서 함께 존중하면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유년기부터 키워야 한다. 그래서 성 평등 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최근 정치권의 성 추문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괘념치 말라’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며 “이는 조선 시대 임금이 궁녀를 건드리고 하는 얘기처럼 들렸고, 굉장히 불쾌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했을지 몰라도 저는 ‘권력층의 남성이 자기 아래 여성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권력 관계에 의해서 일어나는 성폭력 행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성범죄 공소시효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 의원은 “공소시효가 짧아서 오래전에 있었던 문제들에 대해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권력 관계에 있을 때는 이런 말을 못 하고 관계가 해소돼야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지방선거 결국은 나올 것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설에 “文 정부 견제 위해 반드시 나서야… 지지층 결집할 것” = 6·13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바른미래당은 수도권 공략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상징성이 가장 큰 서울시장을 놓고 여야 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 여부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먼저 바른미래당의 전망과 관련해 “사실 당의 조직은 취약하지만 (이념) 스펙트럼이나 구도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국민이 자유한국당의 극우적이고 반성하지 않는 모습과 뭔가 보수라고 보기에 반듯하지 않은 모습에 대해 굉장히 진저리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이어 “야당이 견제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보수층이) 한국당을 지지하자니 한심한 상황이다. 이 공간이 굉장히 크고 거기에 (바른미래당의) 기회가 있다”며 “다만, 이에 부응하기 위해선 결기 있게 자기 일에 헌신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줄 때 지지받을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안 위원장이나 당원들이 굉장히 헌신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전망에 대해선 “아마 나가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는 당의 존망이 걸린 선거”라며 “우리 당은 ‘안철수’와 ‘유승민’이라는 대선주자를 야권에서 유일하게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 본인들이 만든 당을 살리기 위해서 자기 몸을 던지지 않는다면 누가 따를 것이냐”며 출마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야권 진영의 정비를 통해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안 위원장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의 경쟁력에 대한 물음에 이 의원은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형편없다는 것이 아니라 전혀 견제되지 않고 폭주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이를 걱정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 이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는 세계적인 도시임에도 서울시 브랜드가 많이 떨어졌다고 느끼는데, 서울시를 변화시킬 적임자는 안 위원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지지층을 놓고 겨뤄야 할 한국당에 대해선 한 수 아래로 내다봤다. 이 의원은 “한국당이 서울에서는 거의 몰락해 가는 과정”이라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보수가 없어진 게 아니라, (보수층이) 이런 보수로는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도층도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좌클릭’하는 상황을 걱정한다”며 바른미래당이 대안임을 제시했다.
우린 야당, 정치 열심히 하겠다
◇ “어중간한 투쟁은 중도(中道) 아냐… 野, 권력 잡아야” = 끝으로, 이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와 함께 바른미래당의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도 주문했다. 특히, 당이 상대적으로 정책 경쟁력은 높지만, 원내 투쟁력이 약한 지점을 지적하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야당이 권력을 잡아야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이 실현된다”며 “(우리 당이) 정치를 열심히 안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여당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많은데 우리는 야당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어 “권력을 잡는 과정은 권력 투쟁에 본질이 있다”며 “더 똑똑하게 여당이 잘못하는 급소를 찌르고 아주 끈질기게 이를 견제하는 것이 투쟁력”이라며 당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언주 의원은 바른미래당 출범 당시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양당 통합에 결정적 역할을 한 대표적인 의원이다. 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과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을 동시에 맡아 당 정책 조율의 일선에 나서고 있다. 이 의원은 사법시험(39회)을 거쳐 유명 로펌 변호사, 르노삼성 법무팀장과 S-oil 최연소 여성 임원을 지낸 뒤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국회의원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 의원은 어린 시절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생활할 때 당시 한국이 국력이 약해 한국인이 아닌 일본 사람으로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인 정치 지향점을 묻자 이 의원은 “더욱 강한 나라,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