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인’ 고진영(23·하이트)이 데뷔전에서 우승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고진영은 무려 67년만에 새로운 기록을 달성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세계골프팬들의 눈길을 끈 것이 또 하나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선 ‘한글 광고판’이다.
주인공은 바로 ‘도깨비골프’. 아마도 TV를 시청하던 골퍼들은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대회인가 하고 착각했을는지도 모른다.
광고판을 내건 주인공은 디엑스 골프 우찬웅 대표이사. ‘광고계의 전설’로 불리는 우 대표가 일명 ‘도깨비(Doggaebee)’ 골프클럽 회사인 디엑스를 맡으면서 낸 아이디어다.
“이왕에 시작할 거면 공격적 홍보·마케팅을 하려고 했습니다.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는 국내 여자 프로들의 경기에 편승하면 브랜드를 보다 빨리 알리고 ‘인기몰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도깨비골프는 국산 브랜드다. 사실 국내에서 국산 브랜드를 키운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쉽지가 않다. 미국과 일본의 외제 브랜드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발상인지도 모른다. 특히 골프클럽은 더욱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대표가 험난한 시장에 뛰어든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한국산 골프클럽이 나올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소중한 우리 것에 대한 자존심과 의무감도 들어 있다. 디엑스골프는 8각 그립 등 골프클럽 관련 특허를 28개나 갖고 있어 경쟁력이 뛰어나다.
“우리나라 골퍼들의 기량에 비해 국산 골프 장비가 너무 취약합니다. 골프 선진국인 일본, 미국의 회사들이 만든 클럽을 사용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Made in Korea’라고 표기했습니다. 순수 국산 향기기 나도록 브랜드도 ‘도깨비’로 짓고, 도깨비 방망이 같은 초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든다는 게 우리 회사의 모토입니다.”
우 대표는 경향신문 공채 1기생으로 언론계 광고판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직급 없이 현대그룹을 출입할 정도였다. 특이한 것은 출근 전에 국내 대기업 재벌 총수들의 집으로 찾아가서 광고를 따낼 정도로 부지런했다. 일화도 있다. 현대그룹이 메이저 일간지에만 광고를 내고 경향신문은 빼겠다고 했다. 그러자 우 대표는 청운동 정주영 회장의 자택을 찾아가 직접 만나 광고를 얻어 냈다. 새벽 4시, 출입조차 안 되는 저택의 경비원을 잘 설득해 꽃바구니를 들고 무작정 찾아갔다. 이때부터 웬만한 총수들의 집을 모두 방문하며 광고계 신화를 이뤘다.
그가 골프에 입문한 시기는 신문사 차장 시절인 1987년. 1년 만에 90타를 깼고, 2년 만에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에서 이븐파 72타를 기록했다. 새벽에 연습을 한 뒤 출근하고, 퇴근 후에도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다시 연습장을 찾았다.
언론사를 그만두면서 프로골퍼들의 매니지먼트 일을 시작했다. 선수들의 전지훈련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그러다 이를 확장해 골프용품에 손을 댄 것이다.
국산 골프클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에서도 손을 댔지만 골퍼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했다. 국산 클럽이 그동안 외면당한 것은 기능이 떨어지고 디자인이 ‘허접’했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제품만 우수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TV광고 모델도 직접 했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 그린을 누비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클럽을 잘 만들면 소비자들이 반드시 찾아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일본의 유수 메이커들과 경쟁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클럽을 제작한다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겠죠.”
그가 기대를 거는 것은 드라이버다. 드라이버 중 가장 가벼운 등급의 243∼265g으로 몸에 무리 없이 스윙스피드를 극대화시키는 클럽을 제작해 반응이 좋다. 505CC의 헤드를 장착해 유효 타격 면적이 가장 넓다. 이는 비거리와 방향성을 좋게 한다. CT310의 초반발력까지 무장함으로써 나이, 신체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수학적으로 멀리, 똑바로 날아가게끔 만들었다. 헤드는 최고급 SP-700 티타늄을 컵 페이스 공법으로 제작해 반발력 증가는 물론 무게를 감소시켰고, 타구음과 내구성도 뛰어나다. 샤프트는 정상급 선수들이 사용하는 오토 파워(Auto-power)샤프트를 장착했다.
그는 판교에 사무실 겸 시타실을 마련했다. 고객들이 사용하던 클럽과 도깨비를 직접 휘둘러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시타를 해 보고 드라이버를 바꾸지 않은 고객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이언 클럽도 이색적이다. 골퍼들이 대부분 부담감 때문에 롱 아이언으론 좋은 샷을 할 수 없다는 것에 착안해 8, 7, 6, 5번의 샤프트 길이를 똑같이 짧게 만들었고, 비거리는 번호별로 10야드씩 차이가 나도록 특수 제작했다. 제품 수준이 높아 도깨비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골퍼들의 반응이 높다. 우찬웅 대표가 제작한 클럽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세계적 톱스타들의 손에 쥐어질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