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속 과학자들이 ‘소피(SoFi)’로 불리는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다.
소피는 ‘부드러운 로봇 물고기(Soft Robotic Fish)’의 준말이다. 이 로봇은 길이가 약 47cm이며, 실리콘으로 된 지느러미와 꼬리 등으로 바다 속을 실제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헤엄칠 수 있다. 최대 약 18m 수심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45분간 움직일 수 있는 배터리를 장착했다. 카메라와 양방향 수중 청음기, 주변 환경 인식 센서 등을 탑재해 바다 속을 마치 물고기가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촬영할 수 있다.
인간 다이버가 뒤를 따라다니면서 비디오 게임기 컨트롤러와 초음파로 소피에 신호를 보내 움직이는 방식이다.
소피 관련 논문은 이날 로봇 전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로보틱스에도 게재됐다. 논문 공동 저자 중 한 명이자 CSAIL 소장인 다니엘라 러스는 “로봇이 유영할 때 매우 조용하고 꼬리의 움직임이 수중 저항을 크게 유발하지 않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소피 개발에 참여한 MIT의 로버트 카츠만 연구원은 “소피는 물고기나 상어처럼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피는 일반적인 수중로봇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기존 수중로봇보다 훨씬 작고 주위 물고기들을 놀라게 하는 부피가 크고 시끄러운 프로펠러도 없다. 수중로봇 전문가인 가우라브 수크하트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기존 로봇은 경직되고 유연성이 없으며 환경과 섞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MIT 연구진들은 피지 섬의 산호초에 소피를 풀어놓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험했다. 실제 물고기들은 소피에 놀라거나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며 어떤 물고기는 심지어 같이 유영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소피는 방수와 부력 제어에서 무게중심 이동에 이르기까지 온갖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는 한편 이를 작은 기기에서 구현했다고 NYT는 전했다.
소피와 같은 물고기는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 생물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카츠만은 “우리의 주요 목표는 생물학자들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수중 환경오염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