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율의 철강 관세 시행을 사흘 앞두고 우리 정부가 막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발효 막판에 우리 정부의 전방위 설득이 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 23일 철강 추가 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미 당국이 막판 줄다리기 협상에 들어갔다. 정부 내에서도 철강 관세 대상국 중 우리나라가 ‘국가 면제’를 받는 긍정적인 기류로 바뀌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일인 만큼 정부는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거나 긴장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협상단은 지난주 한미 통상장관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을 마친 뒤에도 지금까지 미국에 남아 막판 설득을 하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대미 무역협상단은 한·미 FTA 3차 개정 협상이 끝난 뒤 “양측이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이슈별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이뤘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양국 고위급 채널을 통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국가 면제를 꼭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조금 더 기다리면 이번 주 안에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캐나다, 멕시코, 호주에 이어 관세 면제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 장관은 “협상에 대해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미국은 우리를 동맹국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전체적인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그런 것들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철강 관세와 한미 FTA 개정협상이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하나의 방법론”이라며 일괄 타결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제회의 일정 중 미국 스티븐 므누친 재무장관을 만나 한국 측의 철강 관세 면제를 요청했고, 므누친 장관은 한국 측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철강 관세를 무기로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은 자동차 관련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농업 분야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25% 철강 관세에 대한 품목별 적용 제외 요청을 받는다며 연방관보에 관련 절차를 공지했다. 앞서 미국은 중요한 안보 관계가 있는 국가에 대한 ‘국가 면제’와 별도로 특정 철강 제품에 대한 ‘품목 제외’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품목 제외 신청은 미국에서 건설, 제조 등 사업활동에 철강을 사용하는 개인이나 단체만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승인 여부 결정까지 최대 3개월이 걸릴 전망이라 그동안 부과되는 관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 고객사와 관세 분담 비율을 협의하면서 동시에 고객사가 상무부에 품목 제외 신청을 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최선의 방안은 한국산 철강의 관세면제를 받아내는 것인 만큼 업계는 정부의 막판 협상이 성과를 내기를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