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처에 맞서 보복관세 대상 미국산 제품 목록을 발표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0페이지 분량에 미국산 오렌지 주스, 오토바이 등을 포함한 보복 관세 조치 리스트를 작성했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산 크랜베리를 포함해 플로리다산 오렌지 주스, 노스캐롤라이나산 담배 등이 포함됐다. 피터슨경제연구소의 차드 보운 무역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국회 의원을 겨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오는 23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고율 관세 안이 발효될 예정이기 때문에 스케쥴상 그리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EU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규모는 28억3000만 유로(약 3조761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기준으로 EU는 미국에 62억 달러의 철강과 11억 달러의 알루미늄을 수출했다.
EU 관계자는 미국과 회담이 진행 중이라며 다음 주 중으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다음 주 초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 장관을 워싱턴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한편 백악관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관련해 다음주 말까지 개별 국가와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부과 시 EU의 보복 조치 방침에 대한 대응방안을 질문받았다. 샌더스 대변인은 “많은 개별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 문제와 함께 협력할 수 있고, 이 사안에는 유연성이 있다”며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고, 다음 주까지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샌더스 대변인은 구체적인 협상 대상국이나 상황,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23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서명 당시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 재협상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명 이후 트럼프는 호주와 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