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네덜란드 합작 글로벌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가 영국 런던에 있는 본사를 네덜란드 로테르담 본사와 통합하기로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이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두 개의 본사를 로테르담 본사로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부터 유니레버는 본사 통합을 고민했고, 일자리 감소 등 경제적 타격을 우려한 테리사 메이 총리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영국 정부가 나서서 유니레버 경영진과 협상에 나선 것도 로테르담으로 본사를 통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날 폴 폴맨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본사 통합을 발표하며 “이번 본사 통합 문제에서 브렉시트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두 나라 모두 매력적인 곳”이라며 “유니레버의 세 가지 중요 사업부 중 두 가지 사업부는 영국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유니레버의 선택은 브렉시트와는 관련이 없다”며 “폴맨 CEO가 이보다 더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유니레버의 본사 통합은 영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노동당 그림자 내각의 레베카 롱베일리 내무장관은 “유니레버의 결정은 메이 총리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보수당 정부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니레버가 런던 증시에서 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롱베일리 장관은 “영국에서 세 번째 큰 기업인 동기에 기업가치가 1030억 파운드(약 153조806억 원)에 달하는 유니레버가 영국 런던 증시 FTSE100지수에서 빠지고 대신 유로스톡스지수에 편입된다고 하면 투자자들이 기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제임스 에드워즈 존스 애널리스트는 “예외가 없는 한 유니레버는 네덜란드로 본사를 통합하면서 FTSE100지수 종목에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많은 네덜란드 법을 고려한 것도 로테르담 본사로 통합하는 근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투자자는 “거대 기업들은 본사가 있는 곳에서 주식 종목이 편입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FTSE100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FTSE100지수에 계속 머무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유니레버의 식품 사업부는 140개가량의 일자리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옮겼다. 네덜란드의 식품 사업부를 강화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유니레버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16만9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영국에서 7300명, 네덜란드에서 3100명이 근무 중이다. 전체 매출에서 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