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15일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외 대부분 혐의는 여전히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자금 관련 부분 중에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 원)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김 전 실장을 통해 국정원에서 특활비 총 17억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김 전 실장은 검찰에서 원 전 원장 지시를 받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약 1억 원을 받아 김윤옥 여사 측 여성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나랏일에 썼다"면서 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특활비 수수의 불법성에 대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국정원 특활비를) 그렇게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은 물론 삼성과 대보그룹 등에서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 전 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와 다스 전·현직 임원들,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의 진술을 제시했으나 "자기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을 위한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해 준 혐의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로펌 에이킨검프가 무료로 다스 소송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들어서 알고만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창고'인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서 발견한 청와대 문건들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적 없고 조작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전 기획관이 작성자로 밝혀진 이 문건들에는 삼성의 다스 소송 비용 대납 관련 부분들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들은 청와대에서 영포빌딩으로 옮겨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 도곡동 땅 판매 대금 67억 원은 이 회장에게서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이 차용증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자를 낸 적도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이며, 이 돈을 논현동 사저 재건축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조서는 A4용지 190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조서 분량의 두 배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꼼꼼히 검토해 구체적인 수정·추가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조서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일정표도 검찰에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